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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C형 간염 박멸 프로젝트 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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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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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C형 간염을 박멸할 절호의 기회다. 40~65세 국가건강검진에 C형 간염을 포함시켜 간경변증·간암의 싹을 없애자."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큰 C형 간염을 국가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퇴치하자는 목소리가 의료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대한간학회와 간암학회 등 전문가들은 국가검진에 C형 간염 검사를 포함시키면 간경변증·간암 발생 위험을 확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 알코올 등과 함께 간암의 3대 원인이다. 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어 조기 발견이 최선의 대안이다. C형 간염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20~30년에 걸쳐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30~4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된다. 국내 간경변증과 간암 환자의 10~15%는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감염돼도 증상이 없어 C형 간염에 걸리고도 모르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감염원은 혈액인데 문신 등 반영구 화장 시술이나 네일숍, 불법 침술이나 부황 등 침습적(절개) 시술은 물론 칫솔·면도기·손톱깎이를 함께 사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자기도 모르는 새 '숨은 감염자'가 돼 집단 감염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40~65세 국가검진에 C형 간염을 포함시켜 1회 검진을 통해 숨은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국가검진에 포함되면 따로 시간을 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고 간단한 채혈로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일반 C형 간염 항체검사는 2015년 의원단가 기준으로 4000원 정도이고 정밀검사는 1만8000원 선이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가검진에 C형 간염 항체검사를 포함하는 것은 매우 비용효과적"이라며 "인구 10만명당 C형 간염에 의한 사망 32건 및 간암 발생 24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석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정책이사)는 "몇 년 전부터 학계에서 국가검진 채택을 꾸준히 건의했지만, 정부는 뒷북치기 정책으로 일관해왔다"며 "국가검진에 C형 간염을 도입했다면 지난 수년 동안 반복돼온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 등 외국 연구 결과를 보면 특정 지역이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며 "40~65세를 대상으로 국가검진을 실시하면 C형 간염 퇴치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호주와 독일, 아이슬란드,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는 C형 간염 퇴치를 위해 국가검진 등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박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C형 간염을 퇴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효과가 탁월한 치료제 등장이 자리 잡고 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C형 간염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됐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약은 부작용이 심했다. 하지만 MSD, 길리어드, 애브비 등에서 우수한 경구약제(먹는 약)들을 내놓으면서 이제 길게는 3개월만 치료제를 복용하면 완치 가능한 질환이 됐다.

치료 성공률도 높아졌다. '인터페론 단독요법'을 사용하던 1990년대만 해도 C형 간염 치료 성공률은 10% 선에 그쳤다. 이후 20여 년 동안 사용된 '페그인터페론(주사제)과 리바비린(항바이러스제) 병합요법'은 60%의 성공률을 보였지만 6개월에서 1년을 꼬박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하지만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가 개발된 2014년부터는 치료율이 90%에서 100%에 달한다.

정부는 국내 C형 간염 유병률이 1% 미만(0.6~0.8%)이어서 국가검진 포함 기준인 5%에 못미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매, 위암, B형 간염, 일반 건강검진 항목인 신장질환 등도 국가가 제시한 유병률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는데 C형 간염만 안 된다는 건 보건복지부의 억지라는 지적이다. 또 국가검진에 이미 간암 검진이 포함돼 있는데 암 발병 후 치료·관리하는 것보다는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게 비용 면에서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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