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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잊혀가는 추억을 되살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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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부산 청사포-밤고둥잡기, 설종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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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의 터줏대감' 선화랑은 2004년 연초에 주목할 만한 작가를 한자리에 모으는 기획전시 '예감전'을 선보였다. 2005년 두 번째 예감전 이후 잠정 중단됐던 전시는 2014년 부활했다. 올해 예감전의 주제는 '재해석된 풍경'으로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시선으로 풍경을 재해석하는 주목받는 작가 세 사람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민주(36), 설종보(53), 홍푸르메(52) 작가의 작품 45여 점이 재현하는 풍경은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손에 잡힐 듯 생생하면서도 몽환적이다. 젊은 작가에 국한했던 이전과 달리 올해부터는 작가 연령층을 50대까지 넓혔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예감전은 선화랑을 끌고 갈 작가들의 등용문이다. 이번에는 풍경을 어떻게 본인만의 언어로 풀어내는지 그 개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1층에서 관람객을 맞는 설종보 작가의 작업은 서산 간월암의 달밤바다, 제주 북촌마을, 부산 청사포의 밤고둥잡기, 신흥리 마을의 동백꽃길 등을 담아냈다. 자연 속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 지금은 사라진 아스라한 풍경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작가는 "점점 사라지는 곳이 많다. 없어진 곳과 사람을 상상해서 그렸다. 몇 년 전부터 한 지역을 정해 잊혀가는 모습을 되살려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층에서 맞는 홍푸르메 작가의 작업은 한국적 산수화의 전형이다. 산과 강을 일필휘지의 수묵으로 그렸는데, 여백과 눈부신 빛이 깃들어 있다. 홍 작가는 "동양화는 원래 빛을 사용하지 않지만, 동양화의 여백을 상상력을 가미해 빛이라는 코드로 재해석해봤다"고 설명했다.

가장 젊은 작가인 김민주는 3층에서 일상의 풍경과 상상의 세계를 혼합한 작업을 보여준다. 개인의 사유가 극대화되는 공간인 책상 위의 산수화를 설치하기도 하고, 빌라의 창 속에 숲과 폭포가 숨어 있는 그림도 선보인다. 사적인 공간 속에서 풀어내는 다채로운 시각적 이야기다. 김 작가는 "제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공간을 그렸다. 그림 속에 사람을 숨겨두거나 풍경을 숨겨두는 작업이 재미있었다"면서 "나에게 그림은 혼자 묻고 답하고 생각하고 노닐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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