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유입 차단효과 클듯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재건축에 대한 투자 열기가 전반적으로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할 경우 일찍 사업을 추진한 아파트만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1일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의 적용 대상 단지들은 매수 문의가 뚝 끊기며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적용 단지가 가장 많은 목동의 Y 공인중개사는 “1~3단지 종상향을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가 당혹스럽다”며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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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날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까지 발표됨으로써 재건축 투자에 대한 단계별 규제가 틀이 잡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전진단 기준을 높여 시작 단계에서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서울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 설립 이후 단계의 조합원 양도 지위를 금지함으로써 사업 중간 단계에서의 자금 유입도 막았다. 재건축 사업이 한 걸음씩 진척될 때마다 가격이 들썩이는 일을 막을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일각에선 안전진단 기준 강화 적용 대상 단지가 양천구, 노원구에 많다는 점을 이유로 ‘강남 수혜 정책’이라는 비판을 내놓지만, 강남 역시 규제를 완전히 피해가기는 힘들다. 당장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 서울 내 10만4000여 가구 중 25%인 2만6000여가구가 강남4구(강남ㆍ강동ㆍ서초ㆍ송파) 소재이기 때문이다.
안전진단 기준은 속도전을 벌인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새 기준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한달여 기간 동안 안전진단 기관 선정까지 마무리지어야 기존 기준을 적용받는데, 아직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진단 신청을 안한 단지는 불가능하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가락현대5차 등 이미 신청한 일부 단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설혹 안전진단을 넘어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과거 만큼의 투자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돼 일정 금액을 넘어서는 과도한 이익은 국가가 환수해가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앞서 강남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1인당 평균 환수액이 4억4000만원이 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안전진단을 피한 단지가 풍선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에는, 사업 진행의 난관이 많다”며 “재건축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한 분위기는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최근 부동산 경기 과열을 주도했던 재건축 아파트들은 최근 호가가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부담금이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고 정부가 언제 어떤 규제를 또 낼 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업의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매수자들도 지켜보자는 분위기고, 소유주들도 장기전에 대비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확실히 시행해 뒷문을 걸어잠그지 않으면, 전체 재건축 정책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찍 사업을 진행한 곳만 규제 없이 이익을 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편파적으로 적용된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자산 양극화의 부담까지 짊어지게 된다. 재건축 조합들은 이르면 이달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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