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이윤택 전 감독, 조민기 / 사진=대단한 단편영화제, 연희단거리패 제공, 본사DB |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MeToo'(이하 ’미투‘) 캠페인의 영향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논란으로부터 시작됐던 ‘미투’ 캠페인이 한국의 대중문화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미투’ 캠페인이란 성폭행과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등에서 해시태그를 다는 행동의 캠페인이다. ‘나도 그렇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미국의 배우 앨리사 밀라노에 의해 크게 알려졌으며, 한국에서는 서지현 검사가 검찰청 전용 웹사이트인 이프로스를 통해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혐의를 고발하며 불을 지폈다.
이후 최영미 시인이 지난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에 기고한 시 ‘괴물’에서 ‘En'이라 칭한 문단의 한 원로 작가가 젊은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폭로한 사실이 재조명됐다. 일각에서는 ’En'이 고은 시인을 칭한다며 고은 시인으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문단 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일 일어나자 미투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를 넘어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더 많은 성범죄 피해 사실들이 폭로됐고, 이는 영화계와 연극계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영화계의 시작은 이현주 감독이었다.
이달 초 피해자인 여성 감독 A 씨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이현주 감독이 만취해 있던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한 것. 동성에 대한 성폭력임과 동시에 해당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현주 감독이 (사)여성영화인모임에서 주최하는 여성영화인 축제에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하는가하면 영화 ‘연애담’으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사건의 여파는 더욱 커졌다, 이에 이현주 감독은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습니다”라고 억울한 입장을 내놓았지만, ‘연애담’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의 추가 증언들이 등장하며 비난의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이윤택 전 감독/ 사진=연희단거리패 제공 |
이후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에 대해 사과의 말을 남기며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사)여성영화인모임에서도 이현주 감독에 대한 수상을 박탈했고,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도 이 감독을 제명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연극계에도 ‘미투’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10년 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으로부터 겪은 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것. 김수희 대표는 해당 글에서 이윤택 전 감독이 안마를 시키고 바지를 내렸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이윤택 전 감독에 대한 여러 성추행, 성폭행 의혹들이 추가 제기됐다. 한 피해자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를 통해 이윤택 전 감독에게 두 차례의 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이윤택 전 감독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에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윤택 전 감독은 모든 연출 자리에서 물러났고, 연희단거리패 역시 이날 해체를 선언했다. 한국극작가협회 또한 이윤택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했다. 서울연극협회도 이윤택 전 감독을 제명했다. 그렇게 들불처럼 퍼져나가던 ‘미투’ 캠페인은 영화, 연극계를 넘어 방송계에도 옮겨 붙었다. 이번에 지목된 가해자는 배우 조민기였다. 이번 고발 또한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한 익명의 게시글 작성자는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조민기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작성자는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덧붙이기도. 이후 청주대학교 측은 조민기가 사표를 낸 것이 맞고, 20일 면직 처리가 결정돼 이달 29일 면직 처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대학교 측은 학생들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2차 피해가 우려되기에 구체적 시기와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조민기는 정직 3개월 징계가 의결되기 전 사표를 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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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민기는 20일 조민기의 소속사의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기사화된 내용 및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입니다”라며 폭로 글에 대해 억울한 입장을 비췄다. 하지만 후속 보도들이 이어졌고, JTBC ‘뉴스룸’은 그가 재직했던 청주대 연극학과 한 학생의 증언을 입수해 보도하기까지 했다. 조민기는 이에 ‘뉴스룸’에 접촉은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격려일 뿐이라고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허나 이후에도 증언들은 계속 쏟아져 나왔고 신인배우 송하늘은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고 SNS를 통해 조민기의 성추행 사실을 추가 폭로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커졌다. 경찰 조사까지 이어졌다.
이에 조민기는 21일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공식입장을 내며 오는 3월 3일 첫 방송되는 OCN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하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있어서 지목된 가해자들은 실수였고, 관습이었으며, 격려였다고 변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있어서는 그 실수, 관습, 격려가 상처였다. 너무나 큰 상처였기에 그들은 또다른 아픔을 무릅쓰고 직접 당당히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용기였다. 이 용기에 여러 인물들이 ‘#With You(위드유, 함께합니다)’ 캠페인에 참여하며 위로와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모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서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을 쉬쉬해오고 변명했던, 관습과 격려라고 이야기 했던 이들의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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