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남서울아파트는 1974년 입주를 시작해 45년 된 아파트로 작년에 안전등급 E등급을 받아 사실상 거주 불가 아파트로 지정됐다. 21일 찾은 남서울아파트 단지와 상가 외벽 곳곳에는 균열이 나 있고 페인트 대부분이 벗겨져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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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안전진단 E등급을 받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유일한 주택인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규제 발표 다음날인 21일 오전, 기자가 찾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배관 보수공사를 위해 작업 중인 인부가 이리저리 건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1974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딱 45세가 된 남서울아파트(13개동, 567가구)의 주민들은 보수공사가 일상인 듯 아무렇지 않게 단지를 다녔다. 박영생 남서울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많을 때는 하루에도 5건씩 주민들의 하자보수 요청 민원이 들어온다"며 "사실상 매일 보수공사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서울아파트는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빠르게 변모하는 신길뉴타운 내 신풍역 바로 앞에 위치했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신길재정비촉진지구 10구역에 속해 있어 구역 내 단독주택 및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으로 10년 넘게 재개발이 지연됐다. 그 와중에 주민들만 각종 주거 위협에 노출된 채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노인 주름처럼 외벽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균열이었다. 외벽은 창문, 현관, 발코니를 할 것 없이 굵고 선명한 금이 좍좍 가 있었다. 외벽 곳곳엔 녹이 슬어 색이 누레진 동관과 철제부착물이 볼품없이 매달려 있었다. 더구나 외벽의 금을 타고 건물 안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다. 박 회장은 "비만 오면 다량의 물이 안방이며 화장실로 타고 들어온다"며 "여름 장마는 고사하고 봄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매일 그 틈을 메우고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내장재 역시 위험한 수준이었다. 철골 등 내부 자재들의 부식이 심각한 수준이라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이옥희 남서울아파트 관리소장은 "몇 년 전엔 부식한 철골구조로 인해 4층 천장이 폭삭 내려앉는 일이 있었다"며 "위험성이 큰 만큼 주민들의 불안감도 크다"고 호소했다. 또 수압이 약해 물탱크가 있는 옥상까지 원활한 배수작업이 이뤄지지 못한다. 관리사무소는 이러한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일일이 보수공사를 해주고 있지만 이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지층구조 역시 부실하다. 지하 1층 바닥이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으로 덮인 탓에 물이 모조리 흡수돼 물난리가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박 회장은 "건물을 잘못 설계해 지하층에선 허리도 펴지 못한다"며 "오염물질 등이 바닥에 스며들어 여름만 되면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다"고 밝혔다. 길을 가던 한 주민은 "하수관 역시 오래돼 몇 번을 교체했지만 터진 적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생활의 필수적인 식수 사용조차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렇게 위험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내에선 외부 설치용 소화전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소장은 "아파트 단지 밖에나 소화전이 있을 것"이라며 "화재 시 소방차가 들어올 비상주차장마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은 2005년 이미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며 건물 노화의 문제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았으나 2017년 다시 실시된 정밀안전진단 결과 종합 E등급으로 변경됐다. 사실상 일반 거주가 어려운 곳이라는 판명을 받은 셈이다. 박 회장은 "안전등급 변경을 위한 용역비용 전부를 영등포구청이 지원해 실시할 만큼 이곳의 안전문제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남서울아파트가 현재 속도로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5년 후쯤 재개발이 완료된다. 김봉철 신길10구역 정비사업위원장은 "2~3년 내에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주민들은 사실상 거주가 불가능한 환경에 노출된 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만큼 서둘러 절차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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