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지난 12일 정우영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발생한 '녹 사태'와 관련해 기능과 안전성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다.
혼다코리아는 사과와 함께 녹 문제가 일어난 2017년식 CR-V뿐 아니라 다른 연식이나 모델을 보유한 고객들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 신차 등록 후 3년 이내 고객 1만9000여명에게 260억원에 상당하는 '대고객 특별 서비스'를 제공키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2017년식 CR-V, 어코드 2.4·3.5, 시빅을 지난해 8월31일까지 신규 등록한 고객은 위로 지원금 60만원을 받는다. 녹 제거 및 방청 서비스, 일반보증 2년 연장, 오일교환 2회, 필터교환 1회 등 130만원 상당의 특별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2014~2016년식 CR-V와 어코드 2.4·3.5, 2014~2015년식 시빅, 2017년식 어코드 하이브리드, 2014~2016년식 오딧세이, 2014~2017년식 파일럿, 2016~2017년식 HR-V를 2014년 9월1일부터 지난해 8월31일까지 신규 등록한 고객은 위로금 30만원을 지원받는다.
아울러 녹 제거 및 방청서비스, 일반보증 1년 연장, 오일교환 2회, 필터교환 1회 등 90만원 상당의 특별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혼다코리아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녹 사태는 당분간 논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코리아가 녹이 하자라는 것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불편을 준 점을 사과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CR-V 구입자 일부는 지난해 녹 문제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혼다코리아는 이에 염해지역에서 10년 이상 해당하는 녹을 부품에 임의로 발생시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실험 결과를 소비자원에 제출했다.
혼다코리아는 이 실험에서 차체 진동과 충격 및 비틀림에도 부품 강도에 이상이 없었고, 녹이 있는 차와 녹이 없는 차의 실내 공기 부유물도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까지 조사 결과, 부품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프레스오일(강판을 프레스할 때 부품 성형 정도 및 금형 보호를 목적으로 강판에 도포하는 오일) 종류에 따라 녹 발생 시기나 양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로 2017년식 CR-V에서 녹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녹이 하자에 해당한다고 결정했고 혼다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부품 표면에 발생한 녹은 시간이 지나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 소비자원이 하자라고 결정했다"며 "소비자원 결정은 객관적·과학적 입증 없는 추정과 개연성에 기인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부품 제조 공정, 협력업체 유통 과정, 미국 공장 제조 공정, 미국 내륙 운송 및 한국까지 해상 운송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혼다코리아와 소비자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지만 혼다코리아가 업계 최초로 위로 지원금과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번 조치는 소비자 보호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입차시장 점유율이 4%대에 불과한 혼다코리아가 거액을 들여 고객 불편에 사과하는 특별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분쟁을 겪고 있거나 겪을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도 이번 조치가 가이드라인이 돼 기존보다 소비자보호에 적극 나서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아울러 품질 문제에 '나 몰라라' 식으로 대처하는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는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는 녹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가 높은 대표적인 수입차 브랜드"라며 "녹 문제에 대한 조사 과정은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고객 불편 해소라는 명분으로 현금 위로금과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현 단계에서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