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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김근묵 커넥트엑스 대표 "성범죄 신고율 높이기 위해 IT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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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신고 시스템 '리슨투미' 개발한 김근묵 커넥트엑스 대표

매일경제

"경찰이나 직장 내 성폭력 상담센터에서는 '5개월 전' 일이라고 말하는 순간 신뢰도가 확 떨어집니다. 피해자들은 고통과 트라우마를 안고 고민 끝에 결정한 시간이었겠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왜 이제서야?'라는 의문을 갖고 시작하죠. 이때부터 피해자는 100% 기억에 의존해 모든 진술을 일치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지게 됩니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성폭력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4~12개월 사이에 신고한다. 실제 성폭력 발생 건수에 비해 신고율(12.5%) 자체도 터무니없이 낮지만 절반 이상은 반년에서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수사나 조사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목격자를 찾기도 어려운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철저하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로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

김근묵 커넥트엑스(X와 연결하다) 대표가 만든 소셜벤처 플랫폼 '리슨투미(Listen2Me)'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변 보호와 편의를 보완한 모바일 기반의 신고 서비스다. 삼성전자 해외 주재원 출신인 김 대표를 비롯해 SK, 안랩 등을 거친 정보기술(IT) 전문가 6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던 금융 핀테크 기업 '인터페이'를 이끌던 김 대표가 직종을 전환한 것은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는 "업무로 알게 된 은행 여직원에게서 15년 전 상사에 의해 모텔방에 끌려갔다가 탈출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IT를 금융·산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젠더 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접목시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슨투미가 기존 직장 내 성폭력 상담 또는 신고센터와 다른 점은 두 가지다. 먼저 성폭력 피해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과정을 이른 시간 내에 암호화된 저장 공간에 남길 수 있다. 피해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관련 기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기명)하고, 피해자 신상정보는 시스템 운영자 한 사람과 서비스 계약을 맺은 기업 또는 학교의 담당자 한 명만 알 수 있다. 신고 시기나 여부는 피해자가 결정하지만 타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기록을 남겨놓음으로써 만약의 사태에 신뢰도 높은 진술을 대비할 수 있다.

성범죄자들 특성 중 하나인 상습범을 즉시 잡아낼 수도 있다. 피해자 A·B·C가 각각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지만 피해자가 중복될 경우 플랫폼에서 바로 알림 기능이 작동한다. 성폭행 가해자 중 80% 이상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즉결 처분이 가능한 구조다.

김 대표는 "현재 신고 시스템으로는 피해자가 신원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고 2차 피해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며 "이는 낮은 신고율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어렵게 해 재범 확률이 자연스레 올라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직장·학교 내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 기업은 서비스 도입에 회의적"이라며 "업무 과중, 서비스 도입 시 문제 학교로 인식되는 데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결정하지 못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총장 등 최종 결정권자들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범죄가 경찰에 신고되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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