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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벌크船 웃고, 컨船은 울고…국내 해운업계 실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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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국내 해운업계에서 벌크선사와 컨테이너선사 간 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벌크선사는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면서 운임이 올라가며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컨테이너선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2020년 황산화물 등 배출가스 규제 시행에 맞춰 선복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정부가 적기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팬오션, 대한해운 등 석탄·철광석·곡물 등을 주로 운송하는 국내 벌크선사들은 좋은 실적을 거뒀다. 기본적으로 운임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2조3362억원, 영업이익 195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전년 대비 25%와 16% 증가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2016년 4분기 이후 BDI(발틱운임지수)가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호전됐다"며 "올해도 해상 물동량 증가율이 선대 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해운도 지난해 매출 1조5607억원, 영업이익 1009억원을 올렸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매출은 188.9%, 영업이익은 129.2% 각각 뛰었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고비용 용선 계약을 정리한 것이 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효과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머스크, CMA CGM, COSCO 등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선복량을 가진 초대형 선사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상 최악의 불황 터널을 지나며 글로벌 해운업계는 합종연횡을 통해 나라별로 1개의 대형 국적 컨테이너선사를 보유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며 "30만~40만TEU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4만7000TEU로 머스크(415만TEU)나 MSC(315만TEU)는 물론 중국 COSCO(255만TEU)와도 비교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현대상선은 이사회를 열고 우선 컨테이너박스 3만170대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컨테이너박스를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다.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 재건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해야 2020년 환경규제 시행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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