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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용섭 전 의원의 ‘광주 사랑’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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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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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부름을 제 편함을 위해서 외면하는 것은 안 된다.”

이용섭 전 의원은 19일 아침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묻자 ‘광주 시민의 뜻’을 첫 번째로 들었다. 지난 13일 그가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광주시장 선거판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에게 광주시장 출마는 2010년과 2014년 실패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많은 여론조사에서 2등과의 격차가 두세배나 나는 것은 시민의 부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세우는 것이 ‘약속’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약속이란 ‘광주시장 불출마 결심’을 말한다. 총선 때인 2016년 4월6일 밤, 기자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유세하던 그를 봉고차 안에서 잠시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유권자들 사이엔 “또다시 광주시장 나가려고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에 출마했느냐?”는 시선이 따가웠다. “저는 광주를 위해서 도전할 만큼 도전했습니다. 광주시장 나오려고 하면 국회의원에 나오지 않아야지요. (그런 것은) 제가 사는 방법이 아니에요.” 총선에서 낙선한 그는 다음날인 4월14일 “이제 저는 광주 정치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재차 약속했다.

하지만 2년 전 약속을 이유로 그에게 광주시장 불출마를 주장하는 것은 애먼 ‘강요’일 수 있다. 이 전 의원이 아니더라도 지지율이 높은데도 과거의 약속에 고민하는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광주의 발전’을 이야기한 것은 ‘식상한 레퍼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광주’를 입에 달고 다녔던 그에게 되레 광주는 ‘정치적 사다리가 돼 줬던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순위인 일자리를 챙기는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그가 중도에 그만둔 것이다. 그가 광주시장 출마 선언을 했던 지난 13일은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혀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하던 날이었다. 참여정부 때 이 전 의원을 발탁한 이가 당시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이었지만 그는 2012년 대선 때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아 ‘친노 그룹’에게 섭섭함을 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사퇴는 청와대와 충분히 협의해서 한 것이고,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도 전혀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 만약 그가 시민과 한 ‘약속’을 이유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찾기에 몰두하겠다고 선언했다면 ‘선공후사’의 정치인으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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