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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종목돋보기] 美 보복한다는데 외국인은 매수…포스코·현대제철 주가 선방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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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의 한국 철강업체에 대한 관세 폭탄 부과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철강업체인 포스코(POSCO(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이 외국인 매수 속에 예상외로 양호한 주가 움직임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포스코는 외국인 매수 속에 전거래일과 같은 36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매수 창구 1, 2위 증권사가 외국계인 CS증권과 씨티그룹이었다. 외국인 매수 규모는 5만3000여주가량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004020)주가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0.38%(200원) 상승한 5만260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에 대해 미국 수출 비중이 작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수입산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만큼,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일단락될 경우 오히려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각국의 무역 전쟁이 심화될 경우엔 그 틈새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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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지난 6일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24%의 관세 부과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 부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수출량의 63% 수준으로 쿼터 설정 등의 규제 권고안을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권고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결정하게 된다.

◇ 주요 철강사는 ‘선방’…강관 수출하는 세아제강 등 낙폭 커져

이날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001230)은 1~7% 하락 출발했으나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 덕에 빠른 속도로 낙폭을 줄였다. 한때 7.59% 하락했던 동국제강은 0.89% 하락 마감했다.

3개 회사의 주가 하락이 크지 않았던 것은 미국이 이미 상계관세, 반덤핑 관세 등을 부과하고 있고 최근 몇년새 미국 수출 비중이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4년 571만톤(비중 17.7%)이었던 미국 수출 규모는 2015년 395만톤(비중 12.5%), 2016년 374만톤(비중 12.1%), 2017년 354만톤(비중 11.2%)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미국 수출 비중은 각각 생산량의 0.6%, 4.7%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 이들 업체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내수 열연 가격이 올해 들어 15.5% 오른 점을 봤듯이 잇따른 수입 규제로 인해 철강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중국의 철강 수출이 1500만~2000만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만큼 현재보다 철강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포인트”라고 했다.

다만 문제는 강관 수출업체다. 이날 세아제강(003030), 휴스틸(005010)은 5.10%, 4.64% 하락했다. 이는 두 회사가 미국에 유정용 강관을 많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최근 2~3년 새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인해 한국산 강관을 많이 수입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정용강관과 송유관의 대미 수출량은 각각 92만9000톤, 53만6000톤으로 전년보다 119.8%, 52.3% 늘었다. 세아제강의 경우 매출의 25%가량이 미국 수출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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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은 연 생산능력 15만톤 수준인 미국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베트남 공장 생산능력을 기존 23만톤에서 30만톤으로 확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장 철강업체인 넥스틸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지역과 태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 “부정적 효과 없다? 예단 쉽지 않아” 목소리도

하지만 “미 규제 조치로 인한 타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단편적인 해석일 뿐이며, 각국의 무역 전쟁이 확대될 수록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비록 포스코, 현대제철의 미국 직접 수출 비중은 낮더라도 두 회사 판재류 상품(강판 등)을 수입해 재가공해 판매하는 아시아권 철강회사가 적지 않고, 중국 등이 대응의 수위를 높이면 그 여파가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포스코, 현대제철의 매출 중 수출 비중은 각각 50%, 20%가량이다. 이재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규제 대상에 포함된 업종이 중간재를 공급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전방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부정적 여파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박종국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종안의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철강업종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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