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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원하는 길을 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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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원하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진로 희망에 따른 진로 활동과 학업역량을 키우는 활동이다. 그런 활동들이 축적되고 기록되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합격할 확률은 높아진다. 자신이 원하는 길이 변한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변하면 변한대로 새로운 길에서 최선을 다해 역량을 키우면 된다.

서울대는 진로 희망이 변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 학생이 어떤 한 길을 추구하면서 성장시킨 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여러 대학들은 새로운 길을 추구하면 그에 따른 노력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하던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맞다.

매일경제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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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이 원하는 길은 따로 있었다

며칠 전에 할인점에서 우연하게도 '장'군의 어머니를 만났다. 마트에서 일하시는 밝은 모습이 예전과 같다. 장군은 몇 년 전에 내가 3학년 담임할 때의 반 학생이다. '장'군은 우리 반 38명 중에 성적은 늘 최하위권이었다. 뒤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학교는 개근했지만 공부는 하지 않았다. 상담을 해도 웃기만 하였고, 공부는 하지 않았다. 공부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하였다. 어머니와 상담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장'군이 초등학교까지 공부를 잘했다고 했다. 중학교 올라오면서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와서도 학교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단다. 그리고 공부는 필요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2학년까지는 학교 가는 것을 싫어했는데, 3학년 때는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하고 잘 통해서 학교 가는 것은 좋다고 말을 한다고도 하였다.

'장'군은 좀 게으른 편이었다. 등교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오는 날은 반 정도였고 나머지는 종치기 직전에 들어오거나 약간 늦었다. 그는 늘 귀에 빨간 이어폰을 길게 끼우고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이 좋은지는 몰라도 늘 웃음 띤 얼굴이었다. 나랑 상담을 할 때에도 그랬다.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성적을 신경 쓰라고 권고하고, 쉽고 재미있는 한 과목이라도 원하는 성적을 받아보자고 격려했고 약속도 받았지만, 그는 그러마하고는 별로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유능하고 누나도 잘했는데 유독 장군만이 빠진다고 어머니는 걱정을 하였다.

그런 '장'군이 지방의 한 전문대학교의 군사학과를 지망해서 합격하였다. 별로 인기가 없는 학교였지만, '장'군은 매우 즐거워했고 행복해 했다. 학교 공부는 재미없지만 군인 되는 공부는 좋다고 했다. 다행히 전문대에 합격을 한 뒤로부터 부사관 후보생이 되기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동기들보다 빠른 시간에 부사관 후보가 되어 군에 입대를 하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장'군은 아버지가 해군이었던 관계로 해군에 입대하여 아버지처럼 군함을 타기로 하였다.

'장'군은 지금 서해에서 전투 고속정에서 복무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백령도를 오가면서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장'군은 아주 즐겁게 군복무를 하고 있다. 연평해전에 큰 공을 세웠던 그 배와 같은 배라고 한다. 그리고 배에 관련된 모든 자격증을 다 취득했는데, 그것도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것이란다. 내가 그 어머니께 물었다. 군대가 잘 맞나 봐요?어머니는 말했다. 너무 재미있대요. 아주 즐거워해요. 장기 복무를 하고 싶어 합니다. 만약 제대를 하면 다시 지원해서 군복무를 하고 싶어 해요. 지금 군대에서 외워야 하는 것을 다 1등으로 외우고 자격증도 다 땄어요. 항상 최우수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다행이네요.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제대로 찾은 거 같네요. 어머니가 말했다. 맞아요. 군대가 좋대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많았대요. 그리고 왜 이것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그런데 해군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니까 아주 쉽대요. 항상 일등을 하고 있어요. 늘 행복해 해요.

나는 아직도 '장'군을 기억하면서 정말 길을 잘 찾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 행복해 지는 것이다. '장'군도 공부할 능력은 있었지만, 그 능력이 학교 공부가 아니라, 군대에 관한 공부를 하는 능력인 것으로, 고등학교 공부는 흥미와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 스스로 원하는 일을 추구하라

고등학교 공부는 필요성을 느끼기 전에 학생들에게 강요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공부만으로 인생을 꾸려나갈 수는 없다. 고등학교 공부가 인생을 모두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정의 공부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사람 인생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간에 다른 길을 선택하면 더 훌륭한 기회를 갖게 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던지 그들이 원하는 일을 추구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성적이 좋지 못하다고 해서, 그 학생이 뒤떨어진 학생은 아니고, 가치가 적은 학생도 아니다. 이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일이 필요하고 그 일에 필요한 능력이 갖추어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학력과 학벌을 필요로 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내가 '장'군을 담임할 때에 그를 혼내지 않았다. 늦어도 말로 했고, 성적이 나빠도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을 하였다. 그리고 그의 장점과 강점을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연계시켜서 격려하였던 기억이 있다. 비록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그가 가진 장점으로 그는 행복한 인생을 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오늘 할인점에서 그 어머니를 만남으로 인해서, 새삼 우리 반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학생들의 성적은 1등부터 꼴등까지 있지만, 인생은 그 성적순으로 되지 않는다. 각자가 가진 인생의 목적과 가치관,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의 정도가 다르고 성공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모든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떤 결정을 하고 그 길을 가더라도 격려 받아야 마땅하다. 교사와 부모는 그 길을 도와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단 의롭지 않은 길을 가지 않도록 보살피면서 말이다.

[배상기 서울 청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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