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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김성필의 캠페인 리뷰]오늘 벗어야 한다. 그 보드카 회사 직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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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자료출처:앱솔루트]


브랜드를 아이코닉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광고인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문화, 사건, 예술, 생각, 가치 등을 그들의 병 속에 광고 그 이상의 작품으로써 담아온 앱솔루트의 여러 캠페인은 언제나 강력한 생각의 라이벌이 돼 준다.

앱솔루트는 기발하고 독특함을 넘어서서 대담한 마케팅을 펼쳐온 브랜드로 잘 알려졌다. 이는 앱솔루트 브랜드의 핵심가치인 세상을 발전시키는 창의력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앱솔루트 광고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앱솔루트 시티(Absolut City) 시리즈는 세계적인 도시를 대상으로 상징적인 곳, 역사, 숨은 매력을 지닌 장소나 사물에 브랜드의 상징인 제품 병 모양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는 1987년 앱솔루트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70여개가 넘는 시티 시리즈로 이어가며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강하게 각인됐다. 미국의 보스톤 차 사건을 주제로 한 앱솔루트 보스톤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스톤 차 사건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뉴욕 911 테러 당시 쌍둥이 빌딩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표현한 광고 시안으로 위로를 표현하기도 했다.



앱솔루트는 얼마 전 ‘Create A Better Tomorrow, Tonight!’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필름 역시 매력적이지만 캠페인의 일환으로 공개된 ‘숨김없는 보드카(The Vodka with Nothing to Hide)’ 영상이 개인적으로 내가 뛰고 있는 광고라는 경기와 그 경기의 주전 선수인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영상은 ‘숨김없는 보드카’라는 영상 제목처럼 최상의 품질을 위한 앱솔루트 보드카의 완성 과정을 숨김없이 공개한다. 직원 28명이 벗은 채 말이다. 영상의 연출 역시,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아냈다. 러시아워나 초상화 부분처럼 위트있는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며 역설적인 웃음을 자아낸다.

매일경제

[자료출처:앱솔루트]


‘미쳤네!’ 임팩트 있는 캠페인을 본 반응은 짧고 굵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며 누드라는 부분이 임팩트를 줬다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초연결의 시대, 우리는 클릭 한번으로 이보다 더 자극적인 비주얼 쇼크는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성인이라면.

캠페인의 임팩트는 단순히 비주얼 쇼크에 있지 않다. 뻔한 생각의 이면을 통해 힘 있는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로 인해 캠페인을 접하는 사람들을 새로운 논점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상의 진정한 임팩트는 행위보단 행위의 주체에 있다. 벗었다. 직원 28명이라는 이야기. 같은 행위라도 주체에 따라 임팩트의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직원들이 자진해서 벗어서 만든 브랜드 필름이라니! 사장에서 부사장,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까지 심지어 창업자인 L.O. 스미스의 초상화까지 벗었다니! 작은 규모이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써 자신의 회사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나 구조에서는 더더욱 받아들여지기 힘든 제작방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일어났던 정치, 기업, 문화, 개인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로부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위치에서의 맡은 바 책임이 중요하게 조명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완벽한 보드카를 위한 제작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이 영상에서 내가 인상 깊게 전달 받은 것은 이 영상의 제작을 위해 기꺼이 벗은 직원들의 마음이다. 기업과 그 기업의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 앱솔루트 보드카의 직원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하는 일과 그 일의 결과물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이런 사람들로 가득 찬 기업이 진심을 다해 노력한 결과물, 이런 마음의 결정체라면 오늘밤을 함께할 만큼 가치 있지 않은가. ‘숨김없는 보드카’ 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매일경제

[자료출처:앱솔루트]


앱솔루트는 브랜드 핵심가치인 지속성과 투명성을 직원이 함께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방식을 사용해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누드라는 파격적인 창의성이 더해지며 이를 재치 있게 승화시켜 앱솔루트만이 말할 수 있는 가치를 앱솔루트만의 방법으로 담아 낸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창조하는 힘, 숭고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앱솔루트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지 않을까 한다.

자신에게 오늘, 지금 이 순간 주어진 대상과 그 대상으로 인해 생겨날 결과물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하루의 목적을 잃고 인생이라는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시간이라는 거친 파도에 침몰 당한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우리는 금새 생기를 잃고 몸도 마음도 쉽사리 늙어버린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절대 녹슬지 않는다.’ 일에 치여서라는 아이러니한 핑계로 잠시 잊고 살았던 나의 좌우명을 되새긴다. 오늘은 더 멋진 결과들로 가득 찬 하루가 될 것이다. 앱솔루트의 ‘Create a better tomorrow, Tonight!’처럼.

끝으로 우리 회사의 직원들이 이 글을 보고 우리도 이런 영상 하나 찍자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불편하기에…

[김성필 프로젝트 스튜디오 비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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