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3 (일)

[틴틴 경제]GM 본사가 챙겨간 고액의 로열티, 브랜드 사용료가 뭔가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한국GM




Q : 최근 한국 철수 의사를 밝힌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02년부터 9년간 한국GM에서 가져간 로열티가 2조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GM'이란 브랜드를 쓴 대가로 돈을 가져간다는 건데요. 브랜드 사용료란 무엇이고, 얼마나 가져가는 게 적당한가요?

A :


고유 상표를 쓴 대가로 기업마다 다르지만 매출액의 0.1~2% 수준


틴틴 여러분도 최근 난데없이 우리 경제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한국GM 철수 소식을 접했을 거예요. 한국GM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미국 본사가 군산공장 철수를 결정했고, 창원과 부평공장 철수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GM 본사가 과거 브랜드 사용료로 한국GM으로부터 2조원이 넘는 돈을 가져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어요. 본사가 한국GM의 수익성이 낮다고 지적하면서도 도움을 주진 못할망정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빼간 게 아니냐는 것이지요. GM 본사는 한국GM으로부터 과연 브랜드 사용료를 얼마나 가져가는 게 옳았던 걸까요?

같은 콜라도 '코카콜라'에 손가게 마련, 브랜드 대가로 사용료 내
우선 브랜드 사용료가 무엇인지 개념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브랜드 사용료란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로고와 상표 등을 간판이나 카탈로그·광고 등에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뜻해요. 같은 콜라라도 '코카콜라'란 상표가 붙은 병에 담겨 있느냐, 아무런 상표가 없는 일반 병에 담겨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상품의 가치가 다를 거예요. 아무래도 '코카콜라'란 상표가 붙은 병에 손이 가게 마련이지요. 이렇게 브랜드는 미래의 수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산(무형자산)의 일종이에요. 건물을 빌리면 임대료를 내야 하듯, 브랜드란 자산을 빌려 쓰는 데 대한 대가가 브랜드 사용료이지요.

브랜드 사용료는 기업만 받는 건 아니에요. 농어민들이 출자한 협동조합이나 대학 등도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요.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이나 농협손해보험 등 계열사에 매출액의 0.3~2.5%를, 서울대학교는 교내 창업벤처기업에 매출액의 1% 이상을 브랜드 사용료로 받고 있어요. 기업이 아니어도 브랜드가 갖는 사회적 평판이 좋은 곳들은 기업보다 더 많은 사용료를 받기도 하는 것이지요.

해외, 계열사 매출액의 0.1~2.0%…국내는 0.007~0.75% 수준
보통 브랜드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얼마의 사용료를 받는 걸까요?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일 낸 '브랜드 사용료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해외 주요 기업집단의 브랜드 사용료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한 해 매출액의 0.1~2.0% 수준이라고 해요. 매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홍길동 자동차'는 연간 1억~20억원 정도의 돈을 '홍길동 그룹'에 내는 셈이지요. 해외 기업의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인도의 차 회사 타타그룹은 계열사 매출액의 0.1~0.2%를, 미국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계열사 매출액의 2% 정도를 브랜드 사용료로 걷고 있어요.

중앙일보

[사진=각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내는 브랜드 사용료는 해외 기업들보다는 더 낮은 편이예요. 평균 매출액의 0.007~0.75% 수준이지요. 삼성은 다른 국내 기업과는 달리 많이 받는 브랜드에요. 기업별로 보면 삼성그룹은 그룹 안에서 사실상 지주회사(계열회사들을 지배하는 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계열사 매출액의 0.5%를 브랜드 수수료로 받아요. LG그룹도 지주회사인 ㈜LG가 계열사 매출액에서 광고비를 뺀 돈에서 0.1~0.2% 정도를 곱해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요.

적정한 브랜드 사용료 정답 없어…계열사 사업에 부담 줘선 곤란
이렇게 브랜드 사용료 수준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어쩌면 적정한 브랜드 사용료가 얼마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는 셈이지요. 다만, 브랜드 사용료로 계열사들의 사업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많은 금액을 걷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은 있어요. 가령 계열사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데도 고액의 브랜드 사용료를 걷어간다거나, 이 사용료 때문에 계열사가 신규 투자나 고용을 못 할 정도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이지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5대 그룹 경영자 간담회에서 "지주회사는 배당금이 주 수입원이 돼야 하지만, 브랜드와 건물 수수료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국GM이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미국 본사에 제공한 것을 두고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한경연 조사 결과에서도 해외 기업 중 호텔로 유명한 메리어트 그룹 정도가 5~6%의 브랜드 사용료를 걷어갈 뿐, 나머지 기업들은 브랜드 사용료를 대부분 매출액의 2% 이하에서 정하고 있어요. 브랜드 사용료가 너무 과하면 계열사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이는 결국 지주회사 입장에서도 손실로 돌아와요. 노부모가 자녀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용돈을 타서 쓰다 보면, 자녀들이 재산 형성 기회를 놓쳐 가족 전체가 가난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하지요.

아예 안 받아도 '탈세'로 봐…공정위, 공시 제도 마련
그렇다고 지주회사나 본사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아서도 안 돼요. 적정 수준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는 행위는 국세청으로부터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조세 회피' 행위로 여겨질 수 있어요. 계열사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고 눈 감아 줬으니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게 되고, 브랜드 사용료 수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함에도 이를 일부러 걷지 않은 것은 조세를 회피한 행위로 보는 것이지요. 2010년 국세청은 우리금융지주를 세무조사하면서 계열사 우리은행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조세 회피'라며 900억원 상당의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어요.

적정한 브랜드 사용료를 정해 받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일이에요. 공정위는 이 브랜드 사용료의 적정선을 주주와 투자자·노동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알아서 판단해보라는 의미로 지난달 30일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 사용료 상세 내용을 공개하도록 했어요. 국내 기업 입장에선 달가워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해외 기업들보다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국내 기업만 감시를 강화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기업의 브랜드 사용료가 앞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얼마를 받아야 적정한 지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으면 합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