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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부임 4개월...삼성전자 CEO 김기남·고동진·김현석의 3人3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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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말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삼성전자의 3대 부문장들이 취임 4개월차를 넘기면서 서서히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세 명 모두 기술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리더십의 성격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 삼성전자 안팎의 견해다.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크게 3대 부문으로 나뉘는 삼성전자는 세 명의 부문장이 각자 맡은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TV, 휴대폰 등 각 사업부문이 자기 주력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문장 간의 자존심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김기남 DS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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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형 CEO' 김기남 사장…"기술에 한계는 없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LED 등의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김기남 사장은 전형적인 천재형 CEO로 꼽힌다. 삼성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삼성 펠로우' 출신이며, 삼성 반도체 최고의 기술자만 앉는다는 D램 개발실장을 지냈다. 국내 반도체 기술자로서는 흔치않게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세계 최대 반도체연구소인 'IMEC' 등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역대 CEO 중 기술적으로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를 떠난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직 엔지니어 못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며 "종종 회의에서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 연구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철저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시절에는 매주 수요일을 '스터디 데이'로 지정해 업무와 관련한 일체의 통상적 보고를 받지 않고,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리서치나 공부에 전념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공부 역시 업무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기술적인 한계 수준을 돌파하기 위해 공격적인 모습도 종종 보인다. 김기남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가 10나노 이하 공정 기술력 확보를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김기남 사장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삼성의 취약점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도 김 사장 체제에서 한층 더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소통왕' 고동진 사장, '가장 사랑 받는 CEO'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은 익히 알려진 '소통형 리더'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리더라는 의미다. 전임 부문장인 신종균 부회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휘어잡는 스타일이었다면 그는 각 사업부장부터 팀장, 엔지니어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최선의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다.

고 사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는 이미 두텁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고동진 사장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직책, 직급의 벽 없이 소통한다는 점"이라며 "가령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의 고민이나 불만 등에 직접 댓글을 다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동진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 IM부문이 CE(소비자가전)부문과 좀 더 벽을 허물고 적극적인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인 것도 고동진 사장의 이같은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 IM부문과 CE부문은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춰 전례 없는 협업 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승부사형 CEO' 김현석 사장…"1등의 비결은 감각"

30년 가까이 삼성전자 TV 기술개발의 한우물을 파며 3D TV, PDP TV, LCD TV와 QLED TV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TV사업 발전사를 함께한 김현석 사장은 삼성 최고의 TV 전문가다. 삼성전자가 11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데 적잖은 공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사장은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침 없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TV, 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쟁사인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의 기술에 대해 수위 높은 비판을 가할 때도 있다. 동시에 삼성 경영진 중 가장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타입의 CEO로 꼽힌다.

CE부문장에 오르며 동시에 ‘삼성 리서치’ 센터의 수장을 맡은 김 사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가전,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 융합 흐름이 강해지는 가운데 삼성 리서치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모바일, 가전 제품 분야 선행 연구개발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김현석 사장의 승부사적 기질과 시장 수요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삼성의 의사 결정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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