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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빌려쓰는 '대통령 전용기'…"평창 치르며 국격 높아졌는데" 구매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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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전용기 임대만료…올 상반기 중 구매·재임대 결론 내려야

해외순방때 전용기 아닌 전세기 1대 운용…미·일 등은 전용기 2∼3대 띄워
정부·여야 모두 필요성 인정하면서도 나서기 꺼려…공론화 과정이 중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양자는 물론이고 다자 국제회의를 무대로 한 '정상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더이상 민항기를 빌려 쓰는 방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용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이용하는 '대통령 전용기'는 1대 뿐입니다. 흔히 '공군 1호기'로 부르며, 일명 '코드 원'으로 통합니다. 그러나 이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엄밀히 말해 '대통령 전용기'라기보다 '대통령 전세기'로 부르는 게 정확합니다.

이 '전용기'의 임대만료 기한이 약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국력을 감안해 전용기를 새로 구매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전용기 입찰과 업체 선정에 1년, 실제 제작에 2∼3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전용기를 구매할지, 재임차할지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2018년도 예산안 상정 전체회의에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무산된 대통령 전용기 구매 문제를 현 정부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조 의원은 "2020년이면 대통령 전용기 임차 계약이 만료된다"면서 "입찰과 업체 선정 1년, 실제 제작이 2~3년 걸릴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매할지, 다시 임차할지 결론을 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규모로 세계 11위인 데다 4대 메이저 국제 스포츠대회(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를 치르고 각종 다자외교 무대에서 '미들파워'(중견국)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용기 도입을 더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징성을 넘어 실무적으로도 현재의 보잉747-400(2001년식) 기종으로는 수용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상외교 수요에 따라 대통령을 수행해야 할 참모진이 늘어나면서 해외 순방 때마다 전용기 좌석 배정 문제를 두고 청와대는 요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일부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이 별도의 민항기를 타고 이동하는 등 대통령 전용기의 좌석 부족 문제가 빈번하게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할 인원조차 모두 수용할 수 없는 비행기를 빌려 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세계 정상들이 모여드는 다자외교무대에서 우리 전용기는 외국 정상의 전용기와 자주 비교되곤 합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정상의 해외 순방 시 통상 2∼3대의 전용기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전용기 구매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침체한 경제상황을 의식한 정부의 소극적 재정운영과 여야 간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대통령 전용기 구매는 계속 미뤄져왔습니다.

실제 대통령 전용기 구매 시도는 참여정부 때부터 있었으나, 번번이 여야 간 정쟁에 휘말려 무산된 바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대통령 전용기 구매 문제를 거론한 바 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전용기를 거론하면서 "(사실상) 국내용이다. 미국과 유럽 등 멀리 정상외교를 가게 될 경우엔 1호기로 안 된다. 새로 장만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게 적용되는 시기는 제 임기 중이 아니고, 아마 다음 대통령도 해당 없고 그다음 대통령 때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여기서 언급한 전용기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에 도입된 보잉 737-3Z8을 뜻합니다. 현재는 '공군 2호기'로 불리는 기종으로, '공군 1호기'가 대한항공 소유임을 고려하면 실은 이 비행기가 우리나라 대통령의 전용기인 것입니다.

이 기종은 최초 제작연도가 1965년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오래된 기종입니다. 그 중에서도 300계열은 비교적 초기 모델에 속합니다. 애초 이 기종은 항속 거리가 짧아 보통 국제선보다는 국내선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국내용"이라고 언급한 이유입니다.

이에 정부는 2006년 6월 전용기 구매 예산을 요청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어려운 경제'를 이유로 전용기 구매 예산안(착수비 300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정부는 2007년에도 착수비 150억 원을 신청했지만, 한나라당이 같은 이유로 삭감해 결국 참여정부에서의 전용기 도입은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자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대통령 전용기 구매를 추진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한나라당과 같은 논리로 막아섰습니다. 이에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전용기 구매를 반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고 이를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010년께 이뤄진 보잉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가격차를 드러내며 전용기 구매 시도는 다시 백지화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5천억원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보잉사 측은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 결국 진척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747-400(2001년식) 기종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2월 대한항공과 5년간 1천157억 원에 장기임차 계약을 맺고 그해 4월 첫 비행을 했습니다.

400석이 넘는 좌석을 200여 석으로 줄이고, 일반통신망과 위성통신망, 미사일 경보 및 방어장치를 장착했습니다. 미사일 방어장치 구축을 위해 300억 원 정도가 별도 투입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말 계약 만료에 따라 2020년 3월까지 5년간 1천421억 원에 재계약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전용기로 귀국하던 도중 위성전화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포항 지진 발생 보고를 받고 각종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전용기에 통신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더라면 문 대통령의 즉각적인 상황 조치는 불가능했을 터입니다.

이른바 '에어포스 원'으로 알려진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는 '하늘의 백악관'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의 전용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타고 온 전용기는 보잉 747-200B 여객기를 개조한 VC-25A로, 백악관 집무실에서처럼 비화(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췄고,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과 85회선의 전화선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트위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재급유 없이 1만3000여㎞를 비행할 수 있고 공중에서 지상으로 교신하는 위성통신 장비뿐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로 세계 여러 나라와 통신할 수 있습니다. 대공미사일 회피 기능과 핵폭탄 폭발 시 발생하는 EMP(전자기파) 피해를 막는 장비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대통령 전용기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0년에 인도된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가 노후화됨에 따라 지난 2015년 전용기를 최신 기종인 보잉 747-8 기종 2대로 바꾸기로 해 교체 작업 중입니다.

그러나 교체비용이 40억 달러(4조6천840억원)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2016년 구매 계약을 중단시켰고, 보잉사와 논의 끝에 지난해 8월 파산한 러시아 항공사로부터 해당 기종 2대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교체비용을 낮춰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일본도 지난 1993년부터 우리의 전세기와 같은 보잉747-400 2대를 이용했으나, 오는 2019년부터는 최신형인 777-300ER 2대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전용기 구매를 적극 주창하고 있는 조승래 의원은 "평창올림픽까지 치른 상황에서 더이상 전용기 도입 논의를 계속 미뤄서는 안된다고 본다"며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가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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