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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독] 민주 부산시당, 당내 성추문의혹 대통령 지침도 무시 9개월째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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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당원 지난해 6월 회의석상에서 직접 울면서 성추행피해 호소했는데도 지금까지 진상규명 외면

세계일보

부산시 동구 초량3동 국제오피스텔 2층에 있는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실 입구에 사회적 약자인 ‘을’을 당 차원에서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구성한 ‘을 지킴위원회’ 간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그러나 부산시당은 당내 여성당원의 인격과 신체적 기본권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있어 헛구호만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지난해 5월 발생한 성추행의혹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지침도 어겨가며 9개월째 쉬쉬하고 있다. <세계닷컴 2017년 9월 11일자 참조>

집권 여당의 광역시당 내 권위 있는 한 내부조직에서 벌어진 이 성추문 의혹사건이 지난해 9월 세계일보에 의해 처음 알려진 후 5개월이 지났지만 민주당 부산시당과 중앙당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당내에서조차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드러나는 사실에 대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지적한 뒤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에 대해 이번 기회에 끝을 본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집권당인 민주당이 대통령의 발언을 무력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부산시당의 성추행의혹사건은 부산시당의 핵심당원인 K씨가 지난해 11월 초순 사건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적고 중앙당 차원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탄원편지를 추미애 당 대표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했으나 추 대표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않고 있다.

집권 여당이 당내 성추문의혹조차 쉬쉬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 혼자 성추행·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외치는 우스운 꼴이 연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피해자인 민주당 골수 여성당원인 A씨는 지난해 6월 초순 월례회의 석상에서 발언권을 얻어 자신이 한 달 전 내부조직 오찬장 식당건물에서 남성당원 B씨에게 당한 성추행·성희롱사건을 폭로하고, 시당 지도부에 문제 당원의 제명을 요구했는데도 관철되지 않는 점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여성당원 A씨는 이날 10여분 동안 울먹이는 목소리로 같은 해 4, 5월 두 차례에 걸쳐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히며 피해내용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모 회원으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뒤 극도의 수치심과 억울하고 분한 마음 때문에 벌벌 떨려서 지금까지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거의 울면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성당원 A씨는 세계일보와의 대면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12일 월례회 직후 오찬장인 부산 동구 초량3동 부산시당 인근 한정식집 2층과 3층을 잇는 내부계단에서 겪은 성추행 피해내용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A씨는 “당시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데 사타구니 사이로 남성당원 B의 손이 들어와 이리저리 주무르고 왔다갔다했다”며 “당했다 싶으니까 벌 벌 떨렸지만 부끄럽고 창피해 소리칠 용기가 안 났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에 앞서 대선 직전인 같은 해 4월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인근 낙지전골식당에서 성희롱을 당한 사실도 밝혔다.

그는 “모 정치인 문제로 토론을 하던 중 기분이 언짢아진 B씨가 오른손 손가락을 내 젖가슴에 닿을 정도로 쭉 뻗으며 지적을 하기래 깜짝 놀라 가슴을 감싸며 움츠렸다”고 당시의 정황을 소상히 기억했다.

A씨는 “그 때 이게 성희롱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분위기를 깨지않기 위해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당원은 현재 당시의 충격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당사에 나가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부산시 동구 초량3동 국제빌딩 2층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전경.


부산시당은 성추문의혹사건이 불거진 후 시당 대변인을 통해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시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윤리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치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윤준호 부산시당 대변인은 18일 “그 사건은 시당 사무처장에게 확인해야할 사안”이라고 답했고, 김태훈 공보국장은 “지난해 사건이 불거진 이후 (당내에서) 현재 조용한 상태이며, (처리 결과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박화국 시당 사무처장은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 카톡을 통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추 대표에게 탄원편지를 보낸 K씨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성폭력을 완전히 근절하자고 특별지침을 내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당내 성추문을 쉬쉬하며 계속 덮고 있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고, 핵심 여성당원에 대한 모욕이요 인격살인행위에 다름아니다”고 질타했다.

K씨는 이어 “박희태 국회의원, 동부그룹 회장을 비롯한 국내 정·재계 인사와 영국의 국방부장관 등 세계적인 지도자급 인사들이 성추문에 휘말린 후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데, 성추행 가해자는 물론 등기우편을 받은 당 대표, 상황을 알고 있는 부산시당 위원장과 당직자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떻게 이런 당이 집권당이라 할 수 있느냐”고 탄식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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