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불구 서울 돌봄교실 신청 3000명 증가
일부 지역 학교서 정원 초과 이유로 수용거부 마찰
서울시교육청 "돌봄교실 신청자 전원 수용" 지시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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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A씨.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돌봄교실 추첨에서 탈락했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은 A씨는 학교측에 정원을 늘려서 받아주면 안되겠냐고 하소연했지만 “부모님께 맡기거나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게 어떻겠냐?”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새학기가 되면 결국 학원 뺑뺑이를 시켜야 할 판”이라며 “학교에 공간이 남아도는데 돌봄교실 신청을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소재 일부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정원을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은 학교 내에 마련된 별도 교실에서 방과 후부터 일정시간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저학년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문재인 정부는 오후 5~6시까지 운영되던 시간대를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한 온종일 돌봄교실 제도를 최근 시범 도입한데 이어 이를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학생 안전, 돌봄교사 증원문제 등을 이유로 돌봄교실 확충에 부정적이어서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 “돌봄교실 탈락, 학원 뺑뺑이 시켜야 하나”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차 수요조사 결과 올해 초등돌봄교실 희망자는 약 3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청 인원인 3만5566명보다 약 3000명 가량 증가한 수치다. 매년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돌보교실에 대한 인기를 방증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6054개교에서 1만2000실의 돌봄교실이 운영됐다. 학교당 평균 2개 교실을 운영하는 셈이다. 초등학생 약 24만5000명, 전국 초등생의 약 10%가 방과 후 돌봄교실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돌봄교실은 수업종료 후부터 오후 5~6시까지 운영한다.
문제는 수요는 증가한 반면 되레 공급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556개 초등학교가 돌봄교실 1492개를 운영할 예정이다. 작년보다 4개학교 4개 교실이 증가했다. 돌봄교실 정원이 학급당 2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돌봄교실 수용률은 98%였으나 올해는 수요 증가로 인해 95%로 약 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정모(45)씨는 “어린이집은 저녁까지 돌봐주는데 초등학교 점심시간만 지나면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며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져 낮부터 아이를 돌봐줄 돌보미를 새로 구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 “학령인구 감소로 돌봄교실 확충 어려워”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돌봄교사 채용, 시설 증설 등의 문제로 돌봄교실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을 뿐더러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당장 1~2년간 수요만 보고 돌봄교실을 증설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돌봄교실 1개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서 3000만원~ 5000만원 가량 비용이 소요된다. 돌봄교실 전담교사 인건비가 연 2000만~3000만원, 운영비는 연간 1000만~2000만원이다.
A초등학교 교사는 “추가로 돌봄교실을 설치하려면 공사도 하고,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학교 안에 남는 공간이 없다”며 “아이들을 모두 받아줄 수 없는데도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을 모두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교실 정원을 초과한 학교에서는 학교 내 도서관에서 1~2시간을 보내는 연계형 돌봄교실을 임시방편으로 운영하거나 학교 밖 지역아동센터·지역 돌봄센터 등으로 수요를 분산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교실 전담교사는 비정규직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채용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수 감소로 돌봄교실을 축소해야할 상황이 돼도 감원이 어려워 아예 신규채용을 꺼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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