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동물복지 표방한 대통령, 엇박자 내는 농식품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애니멀피플] 동물의 친구들

반려동물에 ‘축산 생산성’ 적용하면

인간과 가족관계 이루는 정서와

충돌하며 혼란은 더 가중될 것

반려동물산업육성법 재고해야 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최근 몇년 사이 동물을 구조해 해외로 입양하는 활동이 개인 활동가 또는 봉사활동 모임을 통해 퍼지고 있다. 주로 미국과 캐나다로 보낸다.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구조한 개들을 보호할 시설이 국내에는 턱없이 부족한 데 있다. 해외 입양처가 될 나라들은 동물보호법이 한국보다 잘돼 있고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은 것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처럼 최소한 잡아먹힐 우려는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주인이 잃어버리거나 포기하는 동물 문제는 있기 마련인데, 우리의 개들이 먼 타국까지 가서 고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반려동물 판매 규정이 궁금했다. 보호소 동물의 입양 문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주요 해외 입양처 중 하나인 캐나다 토론토의 관련 정책을 살펴봤다. 결론적으로 토론토의 펫숍은 사료와 용품 등만을 판매할 수 있고, 개와 고양이는 판매할 수 없도록 유도된다. 연간 10마리 이상의 개를 판매하는 개인이나 업체들은 지자체 동물보호소나 등록된 구조단체 등에서 데려온 개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교민 수의사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캐나다에도 전문 브리더가 있고 때론 ‘강아지 공장’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지만 한국과 비교할 정도는 안 된다고 한다.

펫숍에서 강아지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면 보호소 개들의 입양 기회는 많아진다. 토론토뿐만이 아니다. 독일, 영국 등 동물 보호에 선진적인 나라일수록 강아지를 판매하는 펫숍은 없고 보호소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우리 정부가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 명칭에서도 나타나듯, 이 법의 제정 목적은 산업 육성과 지원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이다. 사료와 용품,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등을 육성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동물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반려동물 생산업과 판매업이 육성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축산의 생산성 개념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과 가족관계를 이루는 생명 문화로 다가온 동물이다. 이런 근본적인 특성을 무시한 채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는 것은 1천만 반려동물 인구의 정서와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처사이다.

한겨레

캐나다 토론토의 온타리오동물학대방지협회(OSPCA)에서 한 반려견이 보호를 받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물생산업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도록 불법 업체가 8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육성법을 추진하는 것은 강아지를 상품 생산하듯 하는 불법 업체의 꼼수와 이에 따른 혼란의 불씨만 더 키우는 셈이 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3월께 이 법안을 행정 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미 국정과제로 선정돼 있어서 서둘러 추진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지금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법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동물복지 기조와 달리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부터 동물복지 바람을 일으켰고, 19대 대선에서 동물복지 공약을 내놓은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한편 동물복지에 있어 개악이 될 이 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박근혜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7월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을 신산업 육성 분야로 채택하였다. 이후 곧바로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가 함께 주도하는 티에프(TF)가 꾸려졌다. 동물단체들은 즉각 우려의 소리를 높였다. 동물생산업 등에 대한 육성책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사료와 용품 및 반려동물 서비스 등에 대한 산업 육성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고, 동물단체들은 생산업 육성은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2016년 5월 한 방송사에 의해 폭로된 비인도적인 ‘강아지 공장’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공분이 높아졌다. 정부에 동물복지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했고, 그 결과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인 2017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복지팀이 신설됐다. 그해 5월, 우리 사회에 동물복지 공약을 내놓은 최초의 대통령이 당선했다.

사회는 점차 희망을 기대하는 흐름으로 가는데, 최근 논란이 된 체고 40㎝ 이상의 개는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비롯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계속된 동물복지 엇박자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동물 보호를 관장하는 부처로서 동물복지 업무에 대한 이해와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