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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기고]서울대, 돈과 국민의 마음을 함께 얻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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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대에서는 차기 총장 선출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번까지는 교수들의 경우 총장선거에 좀 무심했다. 총장이 누구인지가 내 일과 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울대가 어떻게 되지는 않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위기의식, 책임의식이다.

모든 후보가 공통적인 생각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양성’ 같은 주제도 공통이다. 다 필요하지만 지금 서울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 필요한 것이 대학의 운영과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 연구에 필요한 재원이다.

특히 서울대는 교수 처우가 사립대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어 처우개선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서울대 교수는 학교에서 대우가 박해도 사회적 성가를 활용해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은 틀리기도 하려니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소장 교수들은 생활과 자녀교육 같은 문제에서 많이 취약하다. 그 문제로 시달리다 보면 자부심도 약간 사그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 확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절약이다. 요즘 일부 대학은 곳곳이 대기업 뺨치는 시설이다. 남의 돈으로 짓는 교육연구시설이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의문이려니와 공부하는 곳이 검소하지 않고 멋져야 하나. 시설유지관리비로 허리가 휜다. 할 수 없이 캠퍼스가 상업화된다. 대학의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검소해져야 한다.

다음은 교수-학생 비율이다. 각종 대학 평가에서 교수와 학생 비율은 중요한 기준이다. 낮을수록 좋다. 낮으면 강의당 학생 수가 적어 효율적인 강의와 학생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일대는 교수 1명이 학생 4.4명을 가르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일본 도쿄대와 중국 베이징대는 이 수치가 각각 5.7과 8.3이고 서울대는 12.6이다. 문제는 낮은 교수와 학생 비율 유지에 드는 비용이다.

학생들이 교수의 개별 지도를 그렇게 바라는 것 같지도 않다. 교수가 학생 개개인을 잘 알면 효과적인 지도가 가능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생은 초·중·고생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교수의 개별적 관심을 기대하고 지도에 의존할까. 아쉽지만 의대를 포함한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교수-학생 비율의 ‘미신’을 버리고 대형 강의를 받아들이면 어떨까 한다. 어차피 미래는 초대형 온라인 공개수업(MOOC)의 시대다.

검소한 대학을 만드는 노력이 먼저다. 남의 돈 쉽게 알면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였는지를 보려면 돈이 움직였는지를 보면 된다.” 국민과 동문이 학교를 높이 평가하면 마음이 움직일 것이고 발전기금도 잘 조성될 것이다. 국민 여론과 국회가 서울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정지원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고 교수들의 처우개선에도 호의적일 것이다. 세상일에서 돈 문제는 거의 모든 문제(마음)의 요약판이다.

긴축과 재정확충에서 늘 듣는 천편일률적 구상이 아니라 현실성 있고 구상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후보가 총장이 돼야 한다. 돈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다 안다. 대학들은 총장의 도깨비방망이가 간절하다. 도깨비방망이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서울대가 혼자 잘난 엘리트 기관이 아니라 겸손하게 국민과 소통하고 사회와 일체가 돼 효과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다면 마음과 돈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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