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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뜨거운 쇼트트랙에… 들끓는 티켓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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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핫 뉴스] 우리 선수 응원하는 마음 악용

중고거래 사이트서 피해 속출

돈 입금만 받고 연락두절… 응원가려다 수십만원 날려

"축제에 이런 사기, 부끄럽다"

경찰, 내달 18일까지 집중 단속

지난 17일 직장인 이동호(25)씨는 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티켓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곧바로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A씨는 "오늘 오후 7시 티켓이 있다"며 "35만원에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또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찍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선입금을 해주면 티켓 핀(PIN) 번호(정식 티켓에만 있는 고유번호) 16자리 중 8자리를 먼저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20만원을 송금하고 핀 번호 8자리를 문자로 받았다.

이씨가 잔액 15만원을 보내자 A씨는 "평창올림픽 공식 앱인 '평창입장권'에 '선물하기' 기능으로 티켓을 보냈다"고 했다. 이씨가 확인해보니 티켓은 존재하지 않았다. A씨와 연락도 닿지 않았다. 알고 보니 A씨는 최근 10여 명으로부터 동일한 수법으로 표값을 입금받고 잠적한 뒤였다. 이씨는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두고 이런 사기가 벌어진다는 게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폐막을 일주일가량 남겨두고 티켓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매진된 표를 확보하고 있다며 구매자로부터 입금을 받고 연락을 끊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피해자들은 며칠 안 남은 올림픽 표를 서둘러 구하려는 마음에 미처 확인을 하지 않고 돈을 보냈다가 사기를 당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29)씨도 지난 6일 '17일 오후 7시 쇼트트랙 경기 티켓 4장을 구한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최씨에게 접근한 B씨는 "이것이 티켓"이라며 사진을 문자로 보내왔다. 최씨는 문자를 믿고 15만원짜리 4장 가격인 60만원을 송금했다. B씨는 "울산에 살기 때문에 직거래가 어려우니 등기로 부쳐주겠다"고 했다. 사흘이 지나도 보냈다던 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B씨의 전화는 이미 수신 거부 상태였다. 최씨가 인터넷 사기 피해 조회 사이트에 B씨 번호를 검색하니 사기 피해자가 10명 이상 나왔다. 최씨는 "빨리 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검색 한 번 안 해본 게 후회된다"고 했다.

지난 6일 쇼트트랙 표를 구하던 윤모(29)씨는 '16게이트 212블록 ○석과 ○석'이라며 구체적인 티켓 번호까지 언급한 판매자 C씨에게 속았다. 윤씨가 30만원을 보내자 C씨 역시 연락이 두절됐다. C씨에게 피해를 당한 이들은 20명에 달한다. 윤씨는 "구체적인 좌석 번호까지 알려주니 급한 마음에 덥석 믿게 됐다"고 말했다.

티켓 사기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권에 거론되는 인기 종목들에 집중된다. 지난달 28일에는 쇼트트랙 표를 갖고 있던 판매자가 구매자가 원한 편의점으로 표를 부쳤다가 해당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가로챈 사건도 있었다. 문제의 알바생은 다음날 오전 4시쯤 훔친 표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다가 원래 사려던 구매자에게 덜미를 잡혔다.

해외 스포츠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일도 있었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3일 일본 여행사로부터 7차례에 걸쳐 5100만원을 가로챈 손모(3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작년 5월 일본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 선수의 올림픽 경기 입장권을 미리 구해놓으려는 일본 여행사 측에 "일찌감치 표를 확보해놨다"며 있지도 않은 표를 팔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티켓 사기가 들끓자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사기당하지 않는 법'이 공유되고 있다. 표는 직거래로 받고, 인터넷 사기 사이트에 전화번호를 먼저 검색해보라는 충고 등이다.

경찰은 "다음 달 18일까지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티켓 사기 집중단속 기간"이라며 "액수가 크지 않더라도 연락을 끊거나 잠적하면 곧바로 구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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