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북 음성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에서 만난 김형근(58) 사장은 "공기업으로서 국민 기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임명된 김 사장의 취임 일성은 '청산과 혁신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통한 조직 쇄신이었다. 그는 취임 2주 만에 학계와 시민단체, 업계 등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TF를 출범시켰다. 위원장도 외부 위원이 맡았다. 조직혁신·청렴, 인사혁신·상생 등의 분과로 이뤄진 TF는 3개월간 활동할 예정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채용 비리로 홍역을 치렀다. 전임 박기동 사장이 2015~2016년 사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 평가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 대상자를 합격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지난 8일 충북 음성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안전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최고의 가스 안전 책임 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
가스안전공사는 최근 '공정채용 인사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사장에게 특별채용 권한이 있었는데 이를 폐지키로 했다"며 "사장이 먼저 권한을 내려놓아야 직원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조직도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면접위원이 모두 내부 직원이어서 윗사람이 압박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면접위원 절반 이상을 외부 위원으로 채우기로 했다"며 "필기·면접시험 평가 점수표를 감사실에서 봉인하면 중간에 어떤 요청을 받고 점수를 수정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사 비리로 피해를 본 12명도 합격시킬 예정이다. 임직원 인사·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도 내부 인사로만 구성돼 있었는데 김 사장 취임 이후 절반을 외부인으로 채웠다.
김 사장은 경직된 조직 분위기와 문화를 탈권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때 보니까 직원들이 업무 수첩을 들고 있었다"며 "아직도 이런 조직이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보고 등 공식 문서에 있는 '사장님'에서 '님'을 빼도록 하고, 비서들이 출입문을 먼저 여닫거나 가방을 들어주는 것도 없앴다.
가스안전공사는 각종 가스 시설 검사와 점검, 가스사고 조사·분석 등을 하는 가스안전관리 전문 기관인 만큼 '안전' 이슈도 중요하다. 최근 대형 화재와 지진이 잇따르면서 가스 안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사장도 취임 첫날 취임식을 하루 미루고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다녀오면서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정부의 안전 대진단 계획에 맞춰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급 규모 병원의 가스 시설에 대해 점검을 할 계획"이라며 "섬 지역을 조사해 보니, 가스가 남아 있는 LPG(액화석유가스) 가스통이 방치돼 있는 등 관리가 허술했다"며 "안전 진단과 함께 안전장치 개선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2022년까지 7300여 개 가스 시설의 내진 성능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강하는 작업도 할 예정이다.
충북 청주 출신인 김 사장은 청주고와 충북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김대중 정부 당시 민관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에서 협력국장을 지냈다. 민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충북도의회 의장 등을 거쳐 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가스안전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인사·채용 비리가 드러난 상황에서 외부 출신 사장이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행정·관리 경험이 공사 개혁 활동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송원형 기자(swh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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