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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꿈에 그리던 ‘오네긴’ 여주인공이라니… 꿈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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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성 파리오페라발레단 한국인 첫 수석무용수 박세은

동아일보

박세은은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3막 ‘회한의 파드되’(2인무)를 발레 ‘오네긴’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박세은 씨 제공


“이 역을 맡다니…. 발레리나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세계 4대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한국 발레리나 최초로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박세은(28)이 22일 ‘오네긴’의 여주인공 타티아나 역으로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무대에 오른다.

그는 오래전부터 인터뷰 때마다 좋아하는 발레로 ‘오네긴’을 꼽아 왔다. 드라마 발레 ‘오네긴’은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한 이야기에 ‘녹턴’, ‘사계’와 같은 차이콥스키의 서정적인 음악을 입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과 황혜민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은퇴작이기도 하다. ‘오네긴’은 강 단장이 몸담았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제작해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박세은과 1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총 21회 공연 중 5회를 책임진다. 그의 파트너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최고 영예의 무용수인 ‘에투알’ 발레리노 위고 마르샹이다. 박세은은 오디션 없이 타티아나 역에 낙점됐다.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감독의 허락하에 무용수를 뽑아요. 지난해 말 파리오페라발레단 오를리 뒤퐁 예술감독의 추천으로 만난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이 ‘넌 행동과 성격, 보이는 모든 것이 타티아나랑 잘 맞아서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이번 ‘오네긴’ 공연에 타티아나로 발탁된 발레리나는 박세은을 포함해 총 4명이다. 그는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승급시험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며 “제겐 꿈의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네긴’은 연기와 기술적인 측면 모두 까다로운 작품으로 꼽힌다. 그 역시 연습 중 부상을 입었다. “1월 2일 첫 리허설 때 파트너가 저를 들어올리는 동작에서 갈비뼈 연골이 부러졌어요. 3주 정도 고생했죠. 다행히 거의 회복한 상태예요.”

무대 리허설 때 발레단 감독과 슈투트가르트 감독, 동료들은 그에게 ‘정말 자연스러워서 진짜 타티아나를 보고 있는 듯하다’고 칭찬해줬다. 그는 꾸밈없는 타티아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게 통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꿈의 무대인 만큼,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22일 첫 공연부터 5회 공연 모두 관람할 예정이다.

그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후보에 2018년 올랐다. 6월에는 20세기의 전설적인 안무가 게오르게 발란친의 창작 발레 ‘주얼(Jewels)’에서 주역 다이아몬드 역으로 러시아 볼쇼이극장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박세은은 “내 삶의 100%가 발레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어떤 위치에 오르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언제나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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