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아귀 국물요리. |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
‘못생긴 생선이 맛있다’는 말이 있다. 전 세계 어부, 요리사뿐 아니라 이제는 보통 사람들도 아는 상식이다. 예전에는 어부들이 흔하지 않은 생김새에 놀라 잡은 즉시 던져 버렸다는 생선들이 이에 속한다.
그중 하나인 아귀는 날이 갈수록 전 세계에서 인기 상승 중인 생선이다. 25종류가 있지만 식용은 3종에 불과하다. 수심 30∼500m 바다 모래바닥에서 배 부분의 짧은 지느러미를 이용해 걷기도 하고 모래를 뒤집어쓰며 몸을 숨긴다. 등지느러미 끝 피부에 유달리 발달된 촉이 있고 빛을 발하는 종도 있다.
살랑살랑 흔들어 먹이를 유혹하다가 먹이가 근접하는 순간 통째로 집어삼킨다. 몸통에 비해 입도 크지만 위도 커서 오징어, 문어, 작은 상어, 갈매기, 펭귄까지 통째로 삼키는 무서운 식욕을 가진 어류다. 이 식욕이 왕성한 물고기를 욕심 많은 사람이나 불교에서 늘 굶주림에 시달리는 귀신을 이르는 말인 아귀로 부르는 것도 재미있다.
‘바다의 악마’로도 불리는 아귀는 암놈이 1∼2m에 이르는 반면 수놈은 5∼15cm 정도로 크기가 작은 것도 있다. 독특한 방법으로 번식하는데, 몸집이 작은 수놈이 암놈의 몸통을 물면 수놈의 입이 암놈의 몸에 빨려 들어가듯 녹아들어 암수 한 몸이 된다. 수놈의 몸은 암놈에게 번식을 위해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암컷 한 마리가 수컷 여러 마리를 취한다. 암놈 몸에 들어간 수놈의 고환은 커지고 내장은 흡수돼 없어진다. 알은 암컷의 내장 벽에서 자라며 봄이 되면 부화한다.
보통 아귀는 뼈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먹지만 뼈도 국물을 낼 때 이용한다. 요리용으로는 산란 직전의 아귀를 최고로 친다. 몸이 흐물흐물할 정도로 유연하고 미끈거려 다루기가 쉽지 않다.
큰 아귀는 입 부분을 꼬챙이에 걸고 매단 다음 물이나 얼음을 채운 후 360도로 돌려가며 다듬는다. 지느러미와 껍질 부분, 내장, 간, 알, 아가미, 살 등 7부분으로 나눈다. 그중 최고의 맛은 부드럽고 진한 맛을 내는 간이다. 바다의 푸아그라로 알려져 있다. 동그랗게 형태를 말아 쪄 낸 후 새콤한 간장 소스나 된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최고의 술안주다.
미국 뉴욕시장에 아귀가 등장한 건 1980년대 초. 머리와 내장 부분은 없고 몸통 부분만 거래됐다. 껍질을 벗긴 후 양쪽 두 덩어리의 살을 베이컨으로 감싸 버터에 볶든지 꼬치에 꽂아 그릴 요리를 했다. 태국 요리사의 제안으로 그린 카레와 함께 개발한 요리도 선보였다. 마치 스테이크처럼 쫄깃한 식감을 주는 아귀는 당시만 해도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맛을 아는 미식가들만 찾았다.
일본 이바라키현에서는 어부가 배 안에서 직접 만드는 아귀 요리가 유명하다. 부드럽게 간 아귀 간을 냄비에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한 뒤 끓인다. 아귀 살과 야채를 넣으면 익으면서 우러나오는 액이 마치 구정물처럼 보여 ‘도브지루(どぶじる·시궁창국물)’라고 불렸다. 이 요리는 쌀과 달걀을 넣어 죽으로 마무리한다.
살아있는 아귀는 보기 힘들다. 낚시로 잡아야만 가능하기에 회로 먹어 볼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어느 날 친구의 초대로 먹어 본 생간은 참기름과 소금만으로 살짝 간을 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그런 기회를 찾아보고 있지만 그날 밤의 기억만을 남기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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