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아파트서 숨진채 발견… 휴대전화 메모에 “선배 압박 힘들다”
병원측 “직원 확인결과 사실 아니다”
18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 30분경 A 씨(28·여)가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아파트 고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대학 졸업 후 지난해 9월부터 B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A 씨 남자친구는 고인이 일부 동료 간호사와의 관계 탓에 힘겨워했다고 주장한다. A 씨가 휴대전화에 남긴 메모에는 “나는 최선을 다했다” “선배들의 압박이 너무 심해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친구는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예정된 퇴근이 새벽 1시면 그보다 두세 시간 늦게 퇴근시켰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병원 측은 “확인 결과 (괴롭힘)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고인이 예민한 성격이라 오히려 더 신중하게 교육했다”고 해명했다.
의료계에는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가르치며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악습이 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태움’으로 불린다. 간호사 경력 7년 차인 C 씨도 선배가 멱살을 잡거나 꿀밤을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자 병원을 옮겼다. C 씨는 “선배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티타임에 끼워주지 않는 등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줘 퇴근 때마다 울었다”고 회상했다.
태움 악습은 2005, 2006년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2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뒤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과의례’처럼 여기는 현장이 여전히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부산 대동대 연구팀이 13개 병원 간호사 439명을 조사한 결과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1위는 환자와 보호자의 폭언, 2위는 동료 의료진의 폭언이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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