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17일 강원 강릉시 강원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 대해 “강원도와 대한민국에 준 역사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2021년 겨울아시아경기 대회의 남북 공동 개최 추진을 검토 중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7일 강원 강릉시 씨마크호텔 강원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 시설과 운영 능력을 활용해 차기 겨울아시아경기 대회를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최지의 수장으로서 유치와 준비에 공을 들인 최 지사는 요즘 경기장 주변 민박집을 돌며 숙박하고 있다. “민박집, 작은 모텔, 상가들이 평소 성수기 때보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해서 대책을 세우려고 일부러 민박집에서 자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폐막까지 반환점을 돈 올림픽에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이다. 노로바이러스, 추위, 자원봉사자에 대한 처우, 관중을 실어 나르는 교통 등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일부를 제외하고 수습이 됐다. 무엇보다 날씨가 도와주고 있다. 올림픽이 끝날 때는 100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치가 확정된 2011년 당시 북한과 뭘 같이 해야 한다는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남북 공동 개최, 분산 개최, 단일팀 등 하나도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올 들어 극적인 대반전이 일어났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해 너무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를 전망한다면….
“원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빨리 끌어들이는 것이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지방정부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강릉을 방문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4월에 평양에서 열리는 만경대상국제마라톤경기대회에 남측에서도 참여하겠다고 했더니 오라고 하더라. 일단 100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실무진 간에 합의가 돼 있다.”
―평창, 강릉을 찾은 북한 고위 인사들은 남북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10년 전으로 돌아가야 된다. 10년간 모든 남북 관계가 파괴됐다’고 했다. 10년 전인 2008년 2월 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올림픽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이 10주년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연을 계획할 때는 북한이 미국 답방을 하기로 했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중단됐다.”
―북한 김정은의 고향이 강원도 원산인데 북한 인사들이 강원도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여동생 김여정에게 ‘강원도 출신이냐’고 물었더니 평양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 북한에서도 강원도 사람을 감자라고 부르냐고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김여정은 말수가 무지하게 적더라. 뭘 물으면 짧게 정확한 단어로 답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훈련이 돼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북한에 ‘강원도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곤란, 어려움을 극복하는 불굴의 정신을 ‘강원도 정신’이라고 한다더라. 김정은의 고향이라 ‘강원도 정신’을 강조하는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 아닌가.
“올림픽의 마지막 과제다. 전체 경기장 13개 가운데 10개를 강원도와 강릉시, 평창군이 관리하기로 했다. 나머지 3개 슬라이딩센터,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하키센터의 연간 관리비가 30억 원이 채 안 된다. 강원도에서 중앙 정부에 이 관리비를 분담하자고 했는데 기획재정부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 훈련장인 슬라이딩센터의 경우 선수들이 꼭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하고 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훈련을 하기 위해 찾을 선수가 많다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올린 가장 큰 수확이라면….
“평화다. 평창 올림픽은 강원도와 대한민국에 준 역사의 선물이다. 강원도는 분단도(道), 전쟁의 땅, 갈등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인식이 바뀔 것이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