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새 대통령 취임
흑인 차별정책 저항운동 인연 “만델라에 영감 받은 새벽 밝았다”
비리 척결-경제 회복 과제 떠안아… ‘부패 스캔들’ 주마는 불명예 퇴진
라마포사 대통령은 15일 의회에서 선출된 직후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부정부패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주마의 퇴진 사유였던 두 가지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하루 뒤 의회 국정연설에선 남아공의 ‘국부’로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강력한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만델라로부터 영감을 받은 새로운 새벽이 밝았고 변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는 윤리적 리더십과 윤리적 행동에 대한 약속을 강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대통령 전격 사임’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국정을 맡게 된 라마포사 대통령이 만델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은 집권당 ANC에 환멸을 느낀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만델라는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 민주선거에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남아공 백인 정권의 흑인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하며 용서와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라마포사 역시 대학 시절 흑인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벌였다. 만델라가 27년간의 옥살이 끝에 1990년 2월 석방됐을 때 라마포사는 환영위원장을 맡았고, ANC 사무총장을 지내며 정치 경험을 쌓았다. 만델라는 생전에 라마포사에 대해 “새로운 세대의 가장 재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997년 ANC 대표 경선에서 패한 뒤 기업가로 변신했던 라마포사가 단기간 내 막대한 부(개인 재산 5억 달러 추정)를 쌓은 점은 벌써부터 부패 척결의 적임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과 경제 실정으로 폭락한 ANC의 명예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주마 전 대통령이 퇴진한 14일 경찰은 주마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됐던 인도 출신의 재벌 굽타 일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3명을 체포하는 등 부패 척결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이 주마 전 대통령에게 씌워진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ANC 내부의 적폐를 청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라마포사 대통령이 단기간에 경제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남아공의 실업률은 30%에 달하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청년실업률은 55%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또한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ANC 대표 당선 이후 강조해온 토지 개혁 프로그램을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이 프로그램은 소유주에 대한 보상 없이 정부가 토지를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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