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들의 가상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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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바! 헤이, 카카오!”
기자가 인공지능(AI) 스피커 두 대를 앞에 놓고 각각의 호출명을 연이어 불러봤다. 스피커 두 대가 기자에게 답했다.
―네이버 라인 프렌즈 스피커(이하 네이버): “저는 (카카오미니가 아니라) 클로바예요.”
―다음카카오 카카오미니(이하 카카오): “(클로바는) 괜찮은 친구죠.”
언젠가 AI 스피커끼리 더 깊은 대화를 나눌 날이 올까. 기자는 그날을 상상하며 실제 써본 5종류 AI 스피커의 특장점을 스피커의 입(?)으로 설명해 보기로 했다. 최근 AI 스피커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화두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 SK텔레콤, KT 등이 지난해부터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올해는 LG유플러스도 네이버와 손잡고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음악 서비스를 바탕으로 추구하는 바가 제각각 다르다.
기자가 직접 사용해 본 5종은 ‘라인 프렌즈’와 ‘카카오미니’ 외에 KT ‘기가지니 롱텀에볼루션’(이하 KT), SKT ‘누구 미니’(이하 SK), LG유플러스 ‘우리집 AI 스피커’(이하 LG)다. 일부 기기에 적용되는 인터넷TV(IPTV) 연동 기능은 제외하고 비교해 봤다.
―카카오: 버튼을 누르거나 키보드로 검색하지 않고 말로만 명령어로 내릴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야. ‘헤이, 카카오’ 한마디면 뭐든 시킬 수 있다고. 제목을 잘 몰라도 ‘기분 좋은 음악 틀어 줘’처럼 대략적인 키워드만 이야기해도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네이버: 음악 틀어주는 기능은 모든 스피커가 다 기본적으로 하는 거야. 각 스피커에서 지원하는 음원 이용권만 있으면 되니까. 스피커에서 원하는 음원 사이트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앱)이 다르면 좀 곤란하긴 하겠네. 더 비싼 음악 이용권으로 갈아타야 할 수도 있어. 저렴한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를 많이 쓰는데 AI 스피커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PC로 인식이 되거든. PC에서도 음악 재생이 가능한 요금제로 바꿔야 돼.
―SK: 블루투스 기능이 있잖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연동해서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사용하면 돼. 음원 사이트 쓰지 않는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스마트폰에 넣어둔 음악을 우릴 이용해 재생할 수 있어. 물론 그렇게 하면 단순히 스피커 기능만 할 뿐 상황에 맞는 음악 추천 같은 기능은 쓸 수 없지.
―KT: 음악 이야기는 너무 뻔하니까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너희들 충전식이고, 이동이 용이하다고 하지만 무선 인터넷 없는 데서 기능할 수 있어? 난 LTE 라우터 기능이 있다고. 한 달에 1만8150원이면 20기가바이트(GB) LTE 데이터를 쓸 수 있지. 가족 여행이나 캠핑 갈 때 엄청 유용해.
―카카오: 난 과감하게 무선을 포기했어. 집에서 적절한 곳에 아예 고정해서 사용하게 말이야. 설거지하다가 급하게 메시지 보낼 일이 있을 때 물기 털고, 고무장갑 빼고, 스마트폰 찾기 귀찮지 않아? 내가 있으면 ‘헤이 카카오, ○○에게 카톡 보내 줘’ 한마디면 해결된다고. (누군가: 근데 답장이 와도 너는 아직 읽어주는 건 못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LG: 집에서 말로 할 수 있는 걸로 날 빼면 섭섭해.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잘 때 전등 끄러 가기 엄청 귀찮지 않아? (주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임) 난 말 한마디로 끄게 할 수 있다고.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가습기나 보일러랑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지. 미리 설정해 두면 ‘나 그만 잘 거야’처럼 일상적인 표현을 해도 다 알아들어.
―네이버: LG야, 네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나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 클로바 AI 덕분이잖아. 클로바 AI는 다른 서비스들과 연동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AI 스피커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야. 나는 특히 궁금한 게 생겼을 때 답을 엄청 잘해. 필요하면 네이버 지식IN을 뒤져서라도 주인이 궁금해 하는 걸 알려줄 수 있어. 영어? 그런 건 기본이지. 난 일본어, 중국어까지 할 수 있어.
―SK: 다른 서비스와 함께하는 걸로 치면 나도 지지 않아. AI 스피커로는 너희와 다른 점이 크게 보이지 않아도 나에겐 스마트폰이 있어. 스피커에서 사용하는 AI를 스마트폰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지.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조작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T맵에서 ‘누구’를 실행하면 손가락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말로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어. 또 스마트폰에서 미리 구매하거나 먹을 음식을 설정하면 말로 쇼핑하고 피자 배달도 가능해. 최근엔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 앱 ‘사이렌 오더’를 나를 이용해 실행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어!
―카카오: 그런데 말이야, 쇼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좀 불편하지 않아? 쇼핑몰을 맘대로 고를 수가 없잖아. SK는 11번가, KT는 기프티쇼나 K쇼핑, LG는 LG생활건강, GS프레시 정도에서나 가능하잖아. 최저가 찾기도 어렵고…. 인터넷 쇼핑하려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친구나 가족에게 말로만 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네이버: 음식 배달시킬 때도 비슷해. 음식 배달시킬 때 핵심은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란 말이야. 나 같은 경우 일단 먹을 걸 골라서 스마트폰 배달의 민족 같은 연동 앱에 저장한 다음에야 말로 시킬 수 있어.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이야. 그냥 AI 스피커로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자랑하는 정도라고 봐야겠지.
―KT: 그럼 아직까지는 알아서 적당한 음악 틀어주는 장난감 정도라고 봐야겠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한 곡 틀게. 이승기의 ‘그래서 어쩌라고’ 어때?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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