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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대우건설 2년내 정상화… 회생작업 직접 챙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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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구조조정 전문가’ 이동걸 산은 회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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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구조조정의 시험대에 올랐다. 산은이 출자한 기업들이 대거 구조조정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 회장이 각종 협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그는 김대중 정부 초기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하며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에 참여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산은 회장으로 한국GM(옛 대우자동차)과 대우건설 등 옛 대우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산은이 STX조선해양의 대주주인 만큼 이 회장은 성동조선 등 조선 구조조정에 대한 처리방향을 두고도 정부와 긴밀한 호흡을 맞춰야 한다. 금호타이어도 이 회장 앞에 놓인 구조조정 과제 중 하나다.

○ 이 회장 “대우건설, 책임지고 2년 내 정상화”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로 매각 작업이 안갯속에 빠진 대우건설에 대해 이 회장은 재매각을 추진하는 대신 경영정상화를 통해 회생시키기로 하고 자신이 직접 회생 과정 전면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대우건설은 2년 정도 시간을 갖고 정상화하겠다”며 “회생 과정을 대우건설에만 맡기지 않고 직접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2016년 출자회사에 대해 ‘시장 가격으로 즉시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장의 숨겨진 부실로 매각이 중단된 만큼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의 모든 임원들에게 각자 회사의 문제와 회생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며 “임원들을 모두 개별 면담해 정상화 방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의 보일러 결함이 왜 이달 5일에야 산은에 보고 됐는지, 사피 발전소 외에 다른 해외 사업장에도 부실 요인이 없는지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산은의 ‘선(先) 정상화, 후(後) 매각’ 방침에 대해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바꿔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 한국GM, 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 ‘소용돌이’

한국GM은 역대 구조조정 사례 중에서도 난제로 꼽힌다. 여태까지 해왔던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달리 한국GM은 국내 여신이 없다. 이에 대출이나 회사채 만기 등을 통해 대주주를 압박할 수 있는 채권단이 없다. GM은 당장 한국GM을 청산해도 부동산과 설비 등의 자산을 매각해 투자한 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지만 한국은 30만 명의 일자리가 날아간다.

그러나 이 회장은 GM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7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나 2대 주주인 산은이 한국GM의 경영 현황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엥글 사장은 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금호타이어 처리 문제도 지지부진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을 만나 박 회장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 상표권 등을 내려놓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산은이 국내외 자본 유치를 위해 중국 더블스타 등 다수의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말까지 자구안에 대한 노사 합의를 도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 기업 구조조정 전문성 갖춘 진보 경제학자

이 회장은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등에서 경력을 쌓은 학자 출신이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기업 구조조정의 전문성을 갖춘 진보 경제학자로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현 정부에서 구조조정 업무에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게임인 만큼 개인의 전문성과 입지만으로는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의 연이은 매각 불발을 비롯해 한국GM의 2대 주주로서 경영 몰락을 방관한 산은의 책임론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자회사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놓고 관리에 소홀하다가 기업이 부도 직전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혈세를 붓는 식의 구조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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