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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비즈 칼럼] 망 중립성 규제, 국내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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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미래법정책연구소 대표


미국 연방 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자유회복(Restoring Internet Freedom)’ 선언을 통해 망 중립성 규제 대부분을 폐기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망 중립성 규제란 통신사업자는 모든 데이터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특정 콘텐트를 차단하거나 느리거나 빠르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다. 이에 따라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추가 부담하게 될 전망이고, 중소벤처·스타트업 등은 인터넷 트래픽 등을 이유로 요금을 차등화 할 경우 사업에 애로가 예상된다.

그럼 왜 미국은 망 중립성 규제를 폐기한 것일까? 상위 목표는 인터넷의 자유 회복이고 하위목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투명성의 향상, 투자, 혁신 그리고 경쟁의 촉진이다. 다만, 이번 결정의 초점은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있다.

또 이번 개정안의 보다 정확한 의미는 망 중립성 규제의 폐기라기보다는 망 중립성 규제방식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 그동안의 통신법에 따른 FCC의 사전규제 위주의 방식이 아닌 경쟁법과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연방거래위원회의 사후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의 현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지지한다. 또한 한국은 이미 인터넷접속서비스를 기간통신서비스로 규정해 차단 금지, 차별 금지의무를 부과해왔고 지난해엔 “일정한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정해 사후규제도 도입하고 있다. 가히 망 중립성에 관한 한 강력한 사전, 사후규제를 모두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 간 망 사용료 분담’ 등 망 중립성 정책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은 혁신적인 인터넷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 원칙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네트워크 투자를 확대하고 인터넷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있어 계속 망 중립성 규제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 타당할까? 망 중립성 규제 강화는 인터넷 기업의 혁신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네트워크 투자와 경쟁을 약화해 인터넷 생태계의 선순환을 막을 수도 있다. 결국 망 중립성 규제의 강도와 방향은 각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결정돼야 한다.

이제 한국에서 포털을 비롯한 몇몇 거대 플랫폼 기업은 통신사를 훨씬 능가하는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5G 투자가 필요한 통신사의 매출은 정체되고 있다. 혁신 성장을 위해 한국에서 어떤 방향의 망 중립성 규제정책의 변화가 필요한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미래법정책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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