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콜롬비아 쿠쿠타 지역과 맞대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국경지대에서 시몬 볼리바르 국제교를 넘어 콜롬비아로 입국하려는 베네수엘라 지역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쿠쿠타=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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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혼란과 경제 붕괴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난민들이 쏟아지며 콜롬비아 등 인근 남미국가가 덩달아 곤란을 겪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2017년 한 해 콜롬비아에 유입된 베네수엘라 난민을 대략 5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얀마 폭력 사태로부터 탈출한 로힝야 난민 70만명, 독일에 망명신청을 한 시리아 난민 6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13일(현지시간) 콜롬비아로 넘어간 베네수엘라 난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두 나라 국경에 인접한 쿠쿠타에는 일정한 주거지도 없고 일자리도 갖지 못한 베네수엘라인들이 거리를 전전한다. 낮에는 자동차 유리창을 닦거나 노상 음료판매로 푼돈을 모으고, 밤에는 축구ㆍ농구 경기장이나 공원에 매트리스만 깐 채 잠을 잔다.
기본적 의식주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콜롬비아로 넘어오는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식량조차 구하기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 콜롬비아로 넘어온 뒤 자신은 겨우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자녀 4명은 길거리 음식팔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켈리 알라자레스(43)는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에게 감사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화폐체제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이민자들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자동차 타이어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집어 들고 국경을 넘고 있다. 약품이 거의 없는 베네수엘라 병원 대신 국경을 넘어와 콜롬비아 병원을 찾는 ‘월경 환자’ 때문에 국경지대 병원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베네수엘라 난민 유입을 묵인하던 콜롬비아 정부도 결국 ‘비인도적’ 난민 통제에 착수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지난 8일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에 병력 3,000명을 추가 투입해 밀입국을 막고, 베네수엘라인 150만명에게 나눠준 국경 통과 허가증의 발급을 중단했다. 이 조치는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콜롬비아 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산토스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해 “이 비극은 콜롬비아 탓이 아니라 당신의 정책 탓이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비극으로 유탄 맞은 국가는 콜롬비아만이 아니다. 콜롬비아를 지나 에콰도르 국경까지 넘어간 베네수엘라인도 23만1,000여명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남쪽 밀림지대에 거주해온 토착 원주민 와라오족은 아마존을 넘어 브라질의 보아비스타 혹은 마나우스 지역으로 흘러들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 추산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남미 주요 9개국에 이주한 베네수엘라인은 2015년 8만5,000명에서 지난해 62만9,000명으로 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난민 자격을 요청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10만3,955명, 난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외에서 합법 거주하는 국민은 19만7,856명이다.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베네수엘라 여성과 어린이 1,000여명에게 음식을 배급하는 호세 다비드 카냐스 신부는 “넘어오는 인원의 1%만 돌볼 수 있는 게 고작이다.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한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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