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13일 공식 창당한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장 풍경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중도진보'를 표방하던 국민의당과 '개혁보수'를 칭하던 바른정당이 하루아침에 하루아침에 물리적 통합을 강행한 결과다. "호남과 영남,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국민으로 다시 하나가 됐다"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외침은 사실 바른미래당의 첫번째 숙제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바른미래당 출범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통합과 동시에 대표직에서 물러나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초록색과 하늘색이 교차로 섞인 넥타이를 매고 단상에 섰다. 국민의당 상징색과 바른정당 상징색을 골고루 매치하면서 '통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안 대표는 "우리는 이미 달라졌다"며 "전라도와 경상도의 벽을 허물고 왼쪽과 경계도 지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색깔을 지우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도 역력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유승민 공동대표는 바른정당 상징색인 하늘색은 아니지만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하고 단상에 올라섰다.
양 대표는 당 운영에 대한 부분 곳곳에서도 충돌했다. 개헌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표는 당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도록 독려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하지 않는한 저희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당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건을 만드는 일부터 하겠다"고 했다.
반면 유 대표는 "개헌안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차원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바른미래당이 출범했으니 우리가 서로 개헌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할수있느냐. 그것부터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서로간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른미래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았던 국민의당 소속 비례대표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박 대표는 "비례대표는 정당투표에 의해 당선됐고 그 당의 당적을 가지면서 당을 위해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할 소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출당시켜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어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들도 비례대표 궐위의 경우에 대비해 승계준비를 하고 있어서 함부로 이야기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유 대표는 "지금도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오신분들의 의견을 존중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들의 뜻에 따라 출당을 원하면 출당을 해주는 것이 맞다는 뜻을 밝혔다. 통합에 반대의견을 표명해오던 비례대표 이상돈 ·박주현 ·장정숙·박선숙 의원은 이날 바른미래당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양당은 통합전날인 지난 12일 당 정강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충돌한 바 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당 정강에 '중도'로 표현된 부분을 '진보'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진보'라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대의원들 사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양당의 출범을 축하기위해 모인 약 3500명의 국민의당·바른정당 대의원들의 모습에는 '통합'에 대한 의지보다는 자신들의 색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초록색 목도리를 매거나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등장할 때만 환호성을 지르며 세를 과시했다. 초록색의 야구 응원도구도 동원해 마치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당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통합정당 출범식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옛 바른정당 공보국은 옛 바른정당 소속의원들의 발언만 타이핑해 기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고 옛 국민의당 당직자들 역시 옛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 내용만 언론에 제공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하듯 유 대표는 "당대당 통합의 정신, 일대일 통합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모든 일들을 공정하게, 투명하게 처리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화합하면 분파주의는 사라질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떠나온 바른정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을 떠나온 국민의당, 한 지붕 두 가족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하느냐, 어떻게 두 힘을 하나의 더 큰 힘으로 만드느냐, 하나가 되는 이 길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통합의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자"고 강조했다.
고양(경기)=김민우 기자 minuk@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