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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다시 읽는 중동] 아프리카 난민 추방하는 이스라엘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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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홀로코스트 연관부정법’ 추진하자

이스라엘 강력 반발

자국서는 아프리카 난민에 추방 통보하며

모순된 인종차별 행동

“차별ㆍ배제ㆍ증오 사라지지 않는 한

‘홀로코스트’ 계속될 것”
한국일보

나치 독일에 살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가의 신발 조형물. 최창모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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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체코 프라하, 폴란드 바르샤바와 더불어 동유럽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유대인 게토(강제 격리 거주지역)의 중심지였다. 나치 독일 하에서 희생된 유대인들 중 3분의 2가 이곳에서 죽었다.

다뉴브 강을 끼고 성벽으로 둘러싼 부다페스트의 페스트 지역은 18세기 수많은 장인과 상인들로 북적이는 대도시였지만, 유대인들은 이 지역에서 상업 활동을 할 수 없었다. 1838년 대홍수 이후, 파괴된 지역이 재건되는 과정에서 일부 유대인들에게 영업이 허가됐고 유대인 거류자들의 수가 증가했다.

이곳 유대인 구역에는 3개의 시나고그(유대인 회당)를 포함하여 기념 공원, 게토 성벽, 유명인들의 거처, 박물관 등이 남아 있다. 우선 도하니 시나고그 옆에 마련된 ‘영웅들의 정원’에는 나치에 의해 1944년과 1945년 숨진 희생자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시체조차 게토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던 시절, 2,000구가 넘는 시신들은 시나고그 정원에 묻혀 오늘날까지 공동묘지에 남아 있다. 시나고그 뒤편 홀로코스트 기념 공원에는 대리석 기둥 사이 올리브 나무로 형상화한 이파리에 6만 여명의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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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내 유대인 게토 벽. 최창모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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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곳은 유대인 게토 성벽과 다뉴브 강가에 마련된 신발 기념물이었다. 흔적조차 파괴되었던 게토 성벽은 2010년 민간단체 노력과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복원됐다. 다뉴브 강둑에 마련된 ‘신발 기념물’ 역시 2005년 헝가리 영화제작자 칸 토가이가 고안하고, 조각가 귀울라 파우어가 제작해 시 당국 허가로 설치됐다. 덩그러니 놓인 주인 없는 신발들만이 1944, 45년 차가운 겨울 다뉴브 강가에서 처형된 800여 명의 희생을 소리 없이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기념물 옆에 헝가리어와 영어, 히브리어로 각각 새겨진 동판에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또한 피해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모호한 글귀만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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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내 유대인 희생자 기념물. 최창모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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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학술답사로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폴란드 의회가 홀로코스트와 폴란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뉴스를 접했다. 나치 독일의 만행과 관련해 폴란드와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공동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아우슈비츠 등 강제 수용소를 ‘폴란드의’ 수용소라 부를 경우 국적을 막론하고 벌금 또는 최대 징역 3개월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스라엘이 즉각 “역사를 부정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홀로코스트에서 폴란드와 폴란드 국민의 제도적 개입은 없었다”고 맞받았다.

2005년 유엔총회는 1월27일을 국제홀로코스트 추모일로 지정했다. 결의안은 홀로코스트 부인 행위를 단호히 거부하라고 촉구하고, 민족과 종교 집단에 가해지는 불관용, 증오, 선동, 괴롭힘, 폭력을 규탄했다. 홀로코스트는 ‘증오, 선입견, 인종주의, 편견의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원한 경고’라며 미래 세대에 홀로코스트의 교훈을 교육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정한 반성조차 요원하다.

현재 폴란드와 헝가리는 유럽 내에서도 극우적 분위기가 강한 곳이다. 두 국가는 체코, 슬로바키아와 더불어 지역협력체인 비셰그라드 그룹을 운영하면서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에 줄곧 반대해 왔다. ‘동유럽의 트럼프’라 불리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난민 할당제는 주권 침해”라며 EU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했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EU와 유엔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한 명도 안 받는 거의 유일한 EU 국가다.

폴란드의 조치와 거의 동시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머물고 있는 4만여 명의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에게 추방을 명령하고 3개월 시한 내에 떠나지 않으면 투옥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3년간 아프리카 난민을 매달 600명씩 1년에 7,200명 추방할 계획이며, 이스라엘을 떠나는 난민들에게는 항공료를 포함한 3,500달러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 단체들은 “떠나지 않으면 감옥에 가두겠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떠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인도적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얼마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49년 설립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해체를 주장하면서,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영구적으로 만드는 조직”이라고 비판한 뒤 “팔레스타인만 난민들의 증손까지도 돌봐주는 게 말이나 되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초에 게토가 있었다.” 나치에 희생된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 오스카 로젠펠트의 말이다. 비극적인 홀로코스트의 역사성을 기억하며 현재적 의미를 상기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지구 도처에 온갖 종류의 차별과 증오, 배제와 추방이 망령처럼 떠돌고 있는 한 홀로코스트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다.

최창모(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중동연구소 소장)
한국일보

최창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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