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격범, 파시스트식 경례
독일선 나치 뿌리 극우당 원내 진입
반유대주의 목소리도 되살아나
헝가리 총리 “난민 할당은 주권 침해”
난민을 겨냥한 범죄가 일어나는 등, 유럽에서 그간 금기시되던 ‘인종 혐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극우 성향 조빅당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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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RAI 뉴스 등에 따르면 마체라타 도심에서 신나치 추종자인 루카 트라이니(28)가 2시간 가량 곳곳을 돌며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에게 권총을 쐈다. 6명이 다쳤고 그중 한 명은 중상이다. 트라이니는 지난해 6월 시의원 선거에서 극우 동맹당 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그는 당시 “유럽연합(EU) 출신이 아닌 시민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체라타는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인데 사흘 전 18세 이탈리아 소녀가 토막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29세의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이 용의자로 검거됐다. 이런 상황이라 현지 언론은 이번 총격이 난민을 겨냥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증오와 폭력은 이탈리아를 분열시킬 수 없다. 폭력을 획책하는 누구라도 엄격히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다음 달 4일 총선을 앞두고 난민에 대한 반감은 높아지고 있다.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소녀 살해 용의자가 체포된 직후 “이 벌레가 이탈리아에서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동맹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국수주의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당(FDI)으로 구성된 우파연합이 현재 지지율 37% 안팎을 기록 중이다. 이 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하면 인종 혐오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독일에서는 나치 정당에 뿌리를 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해 처음 원내에 진입한 데 이어 반유대주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시리아 난민 소년들이 독일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극우단체가 3일 대규모 반난민 시위를 벌였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에 열리면서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옌스 투라우는 “AfD 소속 정치인 뵈른 회케가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말하는 등 지난 수년 동안 국수주의와 극우 포퓰리즘이 세를 얻으면서 금기가 깨졌다”고 말했다. 동유럽을 중심으로 극우 정치권이 속속 집권하면서 혐오의 파도는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오스트리아에선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제3당에 올라,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자유당의 우도 란트바우어(31)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의원은 지난달 28일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나치를 추종하는 학생동맹의 부의장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자유당 몫 내무장관이 난민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겠다고 말하면서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썼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극우 집권이 자리를 잡은 헝가리에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우파 정당 피데스(Fidesz)를 이끌고 오는 4월 8일 총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피데스는 파시스트 세력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갈수록 극우화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인접국 슬로바키아와 함께 “난민 할당제는 주권 침해”라며 EU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끄는 폴란드 집권당 법과정의당(PiS)은 난민 할당제를 거부했고, 폴란드 상원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폴란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내용의 ‘나치 부역 부정법’을 통과시켰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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