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폭력·행동통제 등 피해
신체 피해 27%는 ‘병원치료’
심각성 못느껴 도움요청 안해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서울거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은 데이트폭력을 경험(88.5%, 1770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데이트폭력을 당하고도 상대방과 결혼한 여성 5명 중 1명은 가정폭력에 시달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폭력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에 가려져 해결되기 힘든 구조적 모순이 있는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자 이번에 처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1월7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20~60세 이하, 데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그 결과, 데이트폭력 피해자(1770명) 중 22%가 ‘위협 및 공포심’을, 24.5%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또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었으며, 신체적 피해를 입은 190명 중 37.4%는 ‘병원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조사참여자 833명 중 742명이 데이트폭력 경험이 있고, 그 중 46.4%는 가해 상대방과 결혼했다. 이 가운데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데이트폭력에는 팔목을 움켜잡거나 때리는 등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 데이트 비용 요구, 휴대전화 점검, 옷차림 통제 등도 포함된다.
우선 피해자에 대한 행동통제는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행동통제가 시작된 시기 중 1년 미만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언어ㆍ정서ㆍ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높았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성적 폭력이 시작된 시기 중 1년 미만이 59.5%를 차지했다.
데이트폭력은 유형별로 시작 시기는 다르지만 대부분 사귄 후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과반 이상을 차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많았다.
피해자가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해도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지원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올해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콜’(02-1366)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또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첫 운영해 의료비, 법적지원, 피해자 치유회복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올 2월 중에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지원 매뉴얼을 만들어 관련 기관에 배포하고, 활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희영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하는 경우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데이트폭력이 여성 폭력의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예방교육 및 피해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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