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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오스카상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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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카데미상 후보작 미리보기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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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영화 팬들은 매년 이맘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제 곧 문을 열기 때문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3일 오후 10시. 아카데미위원회가 마침내 3월 4일 제90회 아카데미 후보들(표 참조)을 공개했다. 이들 영화는 국내에서도 일부 개봉했거나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 올해 아카데미 향방은 어떻고, 황금빛 오스카상에 입맞춤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작품상 유력 후보는 '여성 영화' 2편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2월 22일 개봉)과 '쓰리 빌보드'(3월 15일 개봉)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작품은 이미 아카데미 전초전인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유수 시상식 다관왕에 올랐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연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음악상을,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미술상·음악상을 거머쥐었다.

'쓰리 빌보드'도 만만찮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4관왕(작품상·각본상·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이자 크리틱스 초이스 3관왕(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베스트 연기앙상블상)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아카데미 13개 부문에 최다 지명됐다면, '쓰리 빌보드'는 6개 부문 7개 후보다.

두 작품의 2파전 양상은 올해 아카데미 화두가 '여성'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범죄가 커다란 발단이었다. 그의 범죄에 집단 항의하는 '미투 캠페인'(Me too·나도 당했다는 뜻)이 거세게 일면서 할리우드 안팎으로 여성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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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를 수입·배급한 오드(AUD)의 김시내 대표는 "아카데미는 할리우드의 최신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2018년은 자연히 '여성 영화'들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아카데미는 할리우드의 반(反)트럼프 이슈를 감안해 백인 주류 영화 '라라랜드'가 아닌 흑인 성소수자 이야기 '문라이트'에 작품상의 영예를 안겼던 바다.

'셰이프 오브 워터'와 '쓰리 빌보드'는 모두 여배우가 주인공이다. '셰이브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연구센터 비밀 실험실에서 언어장애 청소부인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푸르고 검은 괴생물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쓰리 빌보드'는 딸을 강간 살해한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어머니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맨드)의 절박한 이야기다.

두 주연 호킨스와 맥도맨드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다. 세어셔 로넌, 마고 로비, 메릴 스트리프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지만 두 사람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어영화상 후보 '러브리스' 등을 수입한 그린나래미디어 임진희 팀장은 "최근 골든글로브와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맥도먼드와 전미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탄 호킨스 중 한 명이 유력해 보인다"고 했다.

여배우 그레타 거윅의 데뷔작 '레이디 버드'(4월 개봉)가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도 주목할 점이다. 아카데미 90여 년 역사상 여성 감독이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건 '레이디 버드'를 포함해 다섯 차례뿐이다. 감독상 후보 경쟁자들은 기예르모 델 토로, 폴 토머스 앤더슨, 크리스토퍼 놀런, 조던 필인데, 현실적으로는 데뷔 25년 만에 감독상 후보로 오른 기예르모 감독('셰이프 오브 워터')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올해 아카데미 화두가 '여성'인 가운데 남우주연상은 일찌감치 '다키스트 아워'(1월 17일 개봉)에서 윈스턴 처칠로 분한 게리 올드먼에게 몰표를 주는 분위기다. 게리 올드먼은 2016년에서야 수상자가 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처럼 아카데미 상복이 없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짐이 심상치 않다. 최근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내리 석권하면서 수상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영화사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아카데미가 드디어 '천의 얼굴'을 지닌 게리 올드먼에게 남우주연상을 수여한 해가 될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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