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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英 정·재계 거물들 '성추행 자선만찬' 후폭풍… 기부받은 병원들 "돈 가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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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여기자 잠입 취재 '위선' 폭로… 메이 총리, 참석자 불러 유감 표명

해당 클럽, 잇단 비난에 해체 선언

한 여기자의 잠입 르포로 영국 런던의 최고 유명 인사들이 연례 자선 만찬에서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성추행한 실태가 폭로되면서 24일(현지 시각) 영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18일의 이 만찬에 참석한 아동가족부 차관을 불러 경위를 묻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의회에선 "불과 이곳에서 1마일(1.6㎞도 안 되는 곳에서, 여성을 부자 남성을 꾀는 미끼로 쓰는 일이 일어났다" "돈 많은 남성들이 연루된 이런 성적(性的)인 일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성추행 자선 만찬'은 전 세계적으로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 거센 시점에서 발생해 파장이 더 컸다.

조선일보

18일 파티가 열린 프레지던츠 클럽 입구. 여기자의 잠입취재를 통해 자선행사로 알려진 파티의 퇴폐적 면모가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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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여기자 매디슨 메리지는 지난 23일 자 신문에, 이 만찬의 여종업원으로 위장 잠입해 정·재계와 스포츠계 '유력 남성'들만이 참석한 '프레지던츠 클럽'의 연례 자선 파티에서 벌어진 성추행 실태를 고발했다.

33년 전 설립된 '프레지던츠 클럽'의 이날 만찬에는 영국의 '내로라'하는 남성 360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스트립 클럽에서의 하룻밤' 티켓,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 수술, 외무장관과 오찬, 중앙은행 총재와 티타임 등을 경매 물건으로 내놓아 200만파운드(약 30억원)를 모금했다.

하지만 '자선의 밤'은 곧 '위선의 밤'으로 바뀌었다. 남성들은 여종업원들의 신체를 계속 더듬고 "테이블에 올라가 옷 벗고 춤을 춰보라"고 희롱했고, 일부는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했다. 진행업체도 아예 처음부터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쁜' 여성 130명을 선발해, 몸에 달라붙는 짧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접대하게 했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은 실제와 거리가 멀었다.

파문이 확산하자 2009~2016년 이 자선 만찬 행사를 통해 모두 53만파운드(약 8억원)를 지원받았던 한 병원은 전액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밤 43만 파운드의 기부 약속을 받은 이벨리나 런던 어린이병원도 이를 거부했다. '프레지던츠 클럽'은 계속된 비난에, 아예 단체 해산을 선언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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