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MB 국정원, 대북공작금으로 야당 정치인 불법 사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 ‘포청천 공작’ 의혹 제기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이 대북공작금을 빼돌려 유력 야당 정치인을 비롯한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23일 익명의 제보를 근거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청천’ 공작의 실체를 폭로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MB 정부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했을 뿐 아니라, 대북공작금도 정치인·민간인 사찰에 악용한 셈이 된다. 국정원이 정권 유지에 총동원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국정원 대북공작금으로 사찰

민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대북담당 3차장 최종흡이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방첩국으로 하여금 야당 정치인 불법 사찰 공작을 전개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포청천’이라는 작전명으로 2009년 2월부터 정치인·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진행했다. 사찰 대상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박지원·최문순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뿐 아니라, 당시엔 민간인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 정연주 전 KBS 사장 등도 포함돼 있었다.

불법 사찰을 주도한 포청천 태스크포스(TF)에는 국정원 방첩국 ㄱ단장의 지휘하에 방첩국 직원들로 구성된 내사파트, 사이버파트, 미행감시파트 등 3개 파트가 동원됐다. 비용 처리는 최종흡 전 3차장의 주도 아래 대북공작국의 특수활동비인 ‘가장체 운영비’에서 충당했다.

TF는 사찰 대상의 e메일 계정 해킹이나 도청·미행 등 위법행위도 마다하지 않고 뒷조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민 의원은 “ㄱ단장은 ‘승진 책임질 테니 벽을 뚫든 천장 뚫든 확실한 증거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사이버파트에는 대상자들의 e메일을 건네주면서 ‘PC 뚫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을 받고 있던 한명숙 전 총리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2009년 12월 검찰은 ‘정치 보복’이라는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지만,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흔들리면서 공소유지에 애를 먹고 있었다. 민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에는 당시 문제가 되고 있던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 확보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1심 무죄 판결 직후 검찰의 추가 수사로 재차 기소됐다.

■ “MB도 알고 있었다”

민 의원은 국정원의 이 같은 사찰 행위를 이명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최종흡 3차장 후임인 김남수 3차장이 사이버파트를 챙기는 등 불법사찰 공작은 계속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정원 업무의 관행상 모든 진행 과정과 결과물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포청천 TF는 감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TF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민 의원은 “대북공작국장이 남재준 원장에게 ‘이걸 감사하면 대북공작역량이 모두 와해된다’고 설득해 감사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해킹·도청·감청을 통해 보다 정치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MB 정부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수사를 받아야 할 범죄행위가 하나 더 늘었다”며 “검찰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사찰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