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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부 가상통화 대책]고객들이 맡긴 투자금, 한 계좌 모아 거래소 대표·임원이 ‘자기 계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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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조사로 드러난 문제점

개인·법인 자금 뒤섞어 운용…마약 거래 대금 의심 신고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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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가상통화 거래소 대표나 임원들이 이용자들이 맡긴 돈을 자신들 명의의 계좌에 넣어두는 등 비정상적으로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의 거래소 계좌에서 단기간에 수십억원이 시중은행으로 이체된 뒤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수십명으로부터 모집한 자금이 가상통화 거래소로 흘러들어갔다 다시 다수 은행 계좌로 배분되는 등 불법자금 유통이나 유사수신행위로 의심되는 거래도 다수 확인됐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농협·기업·신한·KB국민·우리·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통상 은행에 별도의 모계좌를 지정한 뒤 가상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직접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점검 결과 일부 거래소는 은행에 개설된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거래소들만 이번 점검에서 60곳이 확인됐다.

일부 거래소는 이용자들의 투자금을 거래소 대표자나 임원 명의 계좌로 이체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거래소는 5개 은행 계좌로 이용자의 자금을 모아 한 개의 계좌로 109억원을 몰아놓은 뒤 이 중 42억원을 대표자 명의 계좌로, 33억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가상통화 거래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이용자들의 돈이 다른 가상통화 거래소 계좌로 이체된 사례도 있었다. ㄴ거래소의 경우 4개 은행 계좌를 통해 이용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사내이사 명의의 은행 계좌로 586억원을 보냈다. 이 가운데 576억원은 또 다른 가상통화 거래소 ㄷ사 명의의 은행 계좌로 이체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거래 방식이 사기나 횡령, 유사수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고, 거래소 법인계좌에서 거액 자금이 여타 거래소로 송금되는 경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거래소 법인과 개인 자금이 뒤섞여 이용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마약대금 지불 같은 국제 범죄나 사기로 의심되는 신고도 있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의심거래 보고를 보면 가상통화 거래소 계좌에서 단기간에 수십억원의 자금이 특정 개인 또는 특정 법인 명의 계좌로 이체된 후 현금 인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마약거래상들이 마약을 들여오면서 수출입 대금을 적게 신고한 뒤 차액을 가상통화로 지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사람이 다수의 일반인들로부터 이체받은 돈을 가상통화 거래소에 입금했다 다시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송금한 것은 투자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속여 자금을 모아 투자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금융당국은 가상통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익률 등에 대한 정보를 거짓으로 속인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약대금 의심거래나 유사수신행위 의심거래의 경우 검찰과 경찰에 FIU의 분석 결과를 제공했다”면서 “의심거래 보고가 접수되면 정보를 보강해 수사기관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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