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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제한에 당당히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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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긴급수입물량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했다. 세이프가드는 자국의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 관세인상이나 수입물량 제한을 통해 수입을 규제하는 조치다. 이번 조치로 한국산 세탁기의 미국 수출 물량 가운데 120만대까지는 최고 20%, 이를 넘는 물량은 최고 50%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세탁기 수출의 발을 묶는 조치다. 삼성과 LG의 세탁기 수출물량은 300만대 정도다. 최악의 상황에 세탁기 업체는 패닉상태다. 미국은 또 태양광 셀에 대해 2.5기가와트를 초과할 경우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화큐셀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민관합동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인 데다 근거도 빈약하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무시하고 자국 산업만을 보호하기 위한 일방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WTO 협정상 세이프가드를 발령하려면 급격한 수입증가,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 수입증가와 심각한 산업피해 간 인과관계 성립 등의 조건에 맞아야 하지만 이번 건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더욱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한국산 세탁기는 산업피해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미국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의 ‘산업피해’ 주장에 부화뇌동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태양광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풍력과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 격화와 경영실패 탓이 더 크다. 한국산 제품에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번 조치는 무역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확연히 드러낸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국제규범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발 미국의 통상압력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비롯해 철강 분야의 수입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줄줄이 놓여 있다. 정부는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즉각 WTO에 제소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선 안된다. 이번 세이프가드에 관련된 국가들과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중국 등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비싸도 소비자 선택을 받는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기술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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