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두통학회(회장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는 23일 ‘두통의 날(매년 1월23일)’을 맞아 전국 11개 종합병원의 신경과 편두통 환자 371명과 두통이 없는 일반인 371을 조사 비교한 ‘일반인 대비 편두통 환자의 정신건강상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반인과 환자들은 성별, 나이, 교육연령이 유사한 대상(평균 40세, 남성 69명, 여성 302명, 교육연령 14.1년)을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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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학회 박성파 신경정신위원장(경북대병원 신경과)은 “편두통은 심한 두통과 함께 빛, 소리, 냄새에 대한 과민과 오심, 구토 등으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 자살경향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위험이 크다”면서 “이번 조사에서 그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의 편두통 환자들이 심각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경험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은 본인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이 확인된 편두통 환자 중 우울장애를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30.2%(편두통 환자 중 우울장애가 확인된 환자 189명 중), 불안장애를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29.8%(편두통 환자 중 불안장애가 확인된 환자 178명 중)에 불과했다. 또한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로 전체 편두통 환자의 63.9%는 두통으로 인해 일상적인 가사나 여가 활동뿐만 아니라 학업, 사회활동 등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중등도 이상의 무능력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편두통 환자에서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 빈도가 높은 데에는 편두통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이상, 두통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편두통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위험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신장애는 두통을 더욱 악화시켜 무능력과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통해 편두통의 고통과 이와 연관된 정신건강 문제의 하나로 상당수의 환자에서 ‘자살 경향성’도 드러났다. 3명 중 1명(33.4%)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해 충동, 자살계획, 자살시도 등 다양한 자살 경향성을 보였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 환자 또한 13.5%에 달했다.
자살 경향성은 여성 편두통 환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높았다. 편두통 환자의 성별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를 분석했을 때, 우울장애(여성 52.2%, 남성 43.9%)와 불안장애(여성 48.7%, 남성 43.9%)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자살 경향성은 여성 편두통 환자(36.9%)가 남성 편두통 환자(14%)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여성 편두통 환자에게서 우울, 불안 증세가 동반됐을 경우 자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주의 깊은 관리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김병건 두통학회 회장은 “편두통 환자에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의 일상생활을 무능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에는 일부 환자에게서 자살 경향성까지 띈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편두통 환자에게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이 동반될 경우 편두통 환자의 약물 순응도와 편두통 치료제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편두통 환자들은 근본적인 두통 증상 치료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조사에는 강북삼성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노원을지병원, 분당제생병원, 서울백병원, 서울의료원, 전주예수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 총 11개 병원이 참여했다. 두통학회는 학회 홈페이지(www.headache.or.kr)를 통해 환자 본인의 두통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가 직접 우울증, 불안증, 삶의 질을 파악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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