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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자살예방 팔 걷어부친 정부, "5년간 자살자 7만명 전수조사해 분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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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지난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7만명을 전수조사하고 자살동향 감시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인구 10만명당 25.6명인 자살률을 4년 뒤인 2022년에는 17명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한해 1만3092명, 하루 평균 36명이 한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0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자살예방 전문가, 현장실무자, 관계부처가 협의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2.1명인데 한국은 25.6명이다. 두배가 넘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자살원인은 정신적 문제가 36.2%로 가장 많았다. 경제적 어려움이 23.4%, 신체질환이 21.3%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경찰 수사기록으로 자살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자살 고위험군을 찾아낼 수 있는 감시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나 자살자 유가족의 관리를 강화한다. 이번 계획은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6개 분야 54개 과제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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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전략적 접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자살사망자 7만명을 전수조사한다. 경찰청 자살사건 수사기록을 통해 자살동기와 경제상황, 고용 및 혼인상태, 질병 등 자살자 특성, 자살방법, 장소, 지역별 특성을 분석해 자살 예방정책의 토대를 마련한다. 또 국가 자살동향 감시체계를 구축한다. 그동안 한 해 자살률 통계가 그 다음해 9월쯤에야 발표돼 발 빠른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살동향 감시체계에서 자살 관련 자료를 사전에 확보·분석해 자살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자살고위험군 발굴 위한 전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을 양성한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는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 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받는다.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 이·통장, 방문서비스 제공인력을 게이트키퍼로 교육해 투입한다. 올해부터 사회적 책임이 높은 중앙·지방 공무원 100만명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상담을 받고자 사회보장서비스 제공기관을 방문한 이들 중 자살위험이 있는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로 활발하게 연계하도록 각 기관 종사자 교육과 통합사례회의를 활성화한다. 국가건강검진 시 우울증 검진 대상을 올해부터 40·60·50·70세 전체로 확대하고 만성질환자에 대한 우울증 ‘스크리닝’을 강화한다.

·적극적 개입·관리로 자살위험 제거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MHIS)을 구축해 한번 발굴한 대상자에게 지속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지원한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이용자 정보를 사회복지 통합관리망인 ‘행복e음’과 연계해 부채부담, 파산 등에 대한 적절한 금융상담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241곳의 자살예방 전담 인력을 센터 당 평균 1.8명에서 최소 3명 이상으로 늘린다. 정신과 상담수가를 현실화하고 본인부담을 줄여 초기단계 치료를 적극 유도한다.

자살을 불러오는 위험요인도 제거한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하도록 교육하고, 웹툰·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동반자살 모집과 같은 자살유해정보가 온라인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하고 유통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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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 강화해 자살확산 예방

자살시도자에 대한 상담과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자살예방 성과가 나타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확대한다. 과거 119에 자살신고 이력이 있는 대상자는 별도 대응하고, 연 1회 이상 119신고 접수담당자와 현장출동대원을 대상으로 자살사고 대응교육을 실시해 소방청의 자살위기 대응능력을 높인다. 자살유가족이 가족을 잃은 아픔에서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조모임을 활성화하고, 심리상담·치료지원 서비스를 개발한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 연예인과 연습생에게 1대1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유명인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파급효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언론브리핑, 언론기관 협조요청, 보도 및 네티즌 반응 모니터링·대응을 포함하는 공동대응 매뉴얼을 마련한다.

·대상별 자살예방 추진

노동자와 실직자 자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행한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관리자, 보건관리자를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확대 실시하여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환경을 조성한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직무스트레스 예방실태를 점검한다. 경찰, 소방공무원, 집배원 등 자살위험이 높은 직군에 대한 정책도 강화한다. 경찰 심리상담센터인 ‘마음동행센터’를 6곳에서 18곳으로 확대한다. 소방공무원 자살자 전원을 심리부검하고 소방복합치유센터와 심신건강수련원을 설립한다. 집배 노동 환경을 개선해 집배원의 자살을 예방한다.

연령별 자살예방 대책도 마련했다. 복지부는 독거노인의 우울증, 자살, 고독사를 막기 위해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국방부는 연 1회이던 간부 대상 군 인성검사를 6개월마다 실시한다. 전 장병에게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하고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을 확대 운영한다. 교육부는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해 상담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청소년 심리부검 요원을 키운다. 학교밖 청소년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상담사와 청소년지도사를 게이트키퍼로 양성하고 전문사례 관리자인 ‘청소년동반자’ 수를 늘린다.

·핀란드·일본 참고해 계획 마련

복지부는 자살률을 성공적으로 낮춘 핀란드와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핀란드는 지난 1987년부터 1년간 전문가 5만명을 투입해 자살로 사망한 1366명에 대한 심리부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사회 각계가 긴밀히 협조해 국가 자살예방 전략을 수립한 결과 1990년 30.2명이던 자살률은 2014년 14.1명으로 대폭 줄었다. 일본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만들고 자살예방 예산을 꾸준히 늘려나가며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쳤다. 일본의 자살률은 2003년 27명에서 2015년 18.9명으로 30% 감소했다.

정부는 총리실이 주도하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 협의회’에서 분기마다 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며 자살예방 대책 이행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오는 2월 전담부서인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해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총괄 추진해 나간다. 재계, 종교계,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생명존중·자살예방정책협의회(가칭)’도 곧 출범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자살률을 17명으로 줄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목표가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내세웠다”면서 “성공 사례를 충분히 벤치마킹해서 적극적으로 시행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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