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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간염·간경변 환자서 고위험군 선별해 암 조기 진단… 생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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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간암 다학제 진료팀

간암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린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고대안산병원 간암 다학제 진료팀의 치료는 사실상 진단부터 시작된다. 고위험 환자 중에서도 간암 진행 가능성이 더 높은 환자를 선별해 조기 진단율을 높인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6개 과가 모여 간을 최대한 ‘지키는’ 치료법을 모색한다. 정교한 수술 실력은 수술 가능한 환자의 범위를 넓힌다. 간암 환자 5년 생존율(52%)이 전국 평균(32.8%)을 크게 웃도는 배경이다.

중앙일보

고대안산병원 간암 다학제 진료팀은 주 1회 6개 과 의료진이 모여 최선의 간암 치료 계획을 모색한다. 프리랜서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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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경과가 있는 암이다. 간암 환자 대부분이 간염·간경변 같은 간 질환 단계를 거친다. 그런데도 간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간 전체의 70%가 손상돼도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병원을 찾을 땐 이미 암이 주변 장기까지 퍼진 경우가 많다. 간암 환자 5년 생존율이 네 번째로 낮은 이유다.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간암 치료는 조기 진단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고대안산병원에서는 2년 전부터 간암 상위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6개 과 의료진 모여 치료법 모색


보통 만성 B·C형 간염을 앓았거나 간경변이 있으면 간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암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고대안산병원 의료진은 이를 보다 정확히 구분하기 위한 방식을 개발한다. 지금까지 확립된 진단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간이 딱딱해진 정도다. 간 섬유화 스캔 검사에서 간 경직도 수치가 12.5kPa을 넘으면 ‘상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둘째, B형 간염 치료제를 투여한 후 간 경직도 수치다. 만성 B형 간염을 앓다가 간경변으로 진행된 환자는 다른 간경변 환자보다 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임형준 교수는 “이들에게 B형 간염 치료제를 투여하면 굳었던 간이 부드럽게 완화된다”며 “간이 완화되지 않을수록 간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간 경직도가 12kPa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상위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마지막은 간암 세포가 만들어질 때 생성되는 ‘AFP-L3’와 ‘PIVKA-Ⅱ’라는 혈액 내 물질 수치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2016년 고대안산병원의 주도로 시작돼 현재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14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고대안산병원은 이들 선별법을 통해 20여 년 전 15%였던 조기 진단율을 지난해 39.5%까지 끌어올렸다. 임 교수는 “향후 자료가 축적되면 암 진행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이다. 암이 생긴 부위를 도려내 암의 싹을 잘라내는 것이다. 근데 간암이라면 수술이 ‘독’이 될 수 있다. 이미 간이 망가진 경우엔 수술 후 남은 간이 부담을 받아 굳어버리거나 간부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최근 간 절제 수술을 받은 김모(50)씨에게도 수술이 독이 될 수 있었다. 김씨는 B형 간염, 간경변을 수십 년간 앓았다. 결국 간에 직경 9㎝ 이상의 종양이 자라 주변 조직을 누르는 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하면 간 주변에 횡격막·콩팥 등이 손상되거나 수술 후 간경변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고대안산병원 간암 다학제 진료팀은 즉시 회의를 열었다. 간담췌외과·방사선종양학과·핵의학과·영상의학과·소화기내과·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모여 치료 계획을 논의했다. 간담췌외과는 임상 경험을 토대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수술 계획을 짰다. 소화기내과·혈액종양내과는 수술 후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항바이러스제와 암 재발을 막기 위한 면역항암제 투여 용량을 설정했다. 영상의학과는 필요한 경우 간으로 가는 혈류량을 조절해 간의 재생을 도울 수 있도록 치료 계획을 짰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중기 이상 환자도 맞춤형 치료


이런 다학제 진료는 특히 간암 중기 이상 환자 치료에서 두드러진다. 이들 환자에겐 경구 항암제 투여가 현재 유일한 표준 치료법이다. 하지만 고대안산병원은 다학제 진료로 환자가 견디는 한도에서 다양한 치료를 구사한다. 간동맥에 항암제를 직접 투입하거나 수술이 어려우면 고주파 열 치료를 적용한다. 횡격막 아래나 대장과 가깝게 붙어 있어 접근이 어려운 암도 고주파로 부작용 없이 제거한다. 간암 5년 생존율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소화기내과 정영걸 교수는 “여러 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도출하니 생존 기간이 3~4개월로 예측되던 환자가 3~4년 넘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신윤애 기자(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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