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개월~8년 복용한 환자 15명
내시경 이용해 항역류수술 시행
13명이 증상 사라졌거나 나아져
위식도 역류질환이 약을 먹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 수술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는 2016~2017년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수술한 환자 10명 중 9명의 가슴 쓰림, 위산 역류 등의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현대인 10명 중 한두 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위와 식도 사이의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위 속에 있는 위산과 음식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해 발생한다. 가슴 통증과 만성 기침, 목 이물감, 심한 입 냄새처럼 관련 없을 것 같은 증상도 따지고 보면 위식도 역류질환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유착이나 바렛식도(식도 점막이 변성해 생기는 전암성 병변), 식도암 등 위협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보통 식생활 습관 개선과 위산분비 억제제(PPI·Proton pump inhibitor) 같은 약물로 치료한다. PPI는 위산 분비량을 줄여주지만 역류 자체를 막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장기 복용할 경우 효과가 서서히 줄고 강제로 위산을 줄이기 때문에 골다공증, 장내 세균 감염, 만성 신부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박성수 교수는 우선 위식도 역류질환자 15명의 유병 기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30년간 위식도 역류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PPI를 최소 1개월에서 최대 8년 이상 복용했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인 7명(47%)은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낫지 않았고, 6명(40%)은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심해져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이들에게 내시경을 이용해 항역류 수술(위저부주름술)을 시행하고 증상 개선 여부를 추가로 조사했다. 항역류 수술은 느슨해진 위와 식도의 경계(하부 식도 주변)를 위 상부(위저부) 조직으로 두르듯 감싸 조이는 수술을 말한다. 1970년대부터 시행된 수술이지만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박 교수는 “위 내용물의 역류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며 “위식도 역류질환이 흔한 미국·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수술”이라고 말했다.
항역류 수술을 받은 환자 15명 중 13명(87%)은 수술 후 가슴 쓰림이나 통증 등 전형적인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명(13%)도 일부 증상이 남았지만 전반적으로 나아지는 상태라고 답했다. 목 이물감·통증·기침 등 비전형적인 증상은 수술을 받은 환자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역류 수술을 받은 환자 모두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항역류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본인부담금이 70만원 선이다. 박 교수는 “고난도 위암 수술에 익숙한 국내 의료진에게 항역류 수술은 부담이 적고 크게 위험하지 않다”며 “약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증상과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 수술 등 다양한 치료를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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