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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비즈 르포] "아시아나는 어디있죠?"... 인천 제2터미널 첫날 승객들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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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카운터는 어디 있나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하 제2터미널)이 개항한 18일 오전 9시. 3층 출발층에 들어서자마자 길을 잘못든 중년 여성 두명이 다급히 아시아나 카운터 위치를 물었다. 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이곳은 제2터미널로 아시아나 승객은 제1터미널로 가셔야 한다”고 설명하자 승객의 얼굴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승객은 “공항철도 마지막 역에 내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시아나 부스가 없어 당황스럽다”며 급히 택시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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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발층 전경.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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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을 연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대한항공(003490), KLM,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등 '스카이팀’ 소속 4개사 전용 터미널이다. 그 외 항공사는 제1터미널이 된 기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다. 이날 제2터미널을 찾은 승객들은 주로 “넓고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터미널이 늘어나며 우려되던 승객 혼란이 현실화된 모습도 보였다.

◆ 공항이야 쇼핑몰이야… ICT 활용한 ‘스마트 에어포트’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기존 제1터미널의 70% 크기에 불과하지만, 층고가 제1터미널보다 4m 높은 24m에 달하고 자연채광을 적극 활용한 천장이 시각적으로 밝고 널찍한 공간감을 준다.

제2터미널은 ‘스마트 에어포트(Smart Airport)’를 지향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무인탑승 수속단말기와 무인수하물 처리시스템 등을 제1터미널보다 2배가량 늘려 여객 효율을 높였다. 제2터미널의 무인 단말기는 셀프 서비스 존에 22대, 일반 카운터에 20대, 수화물 탁송 전용 카운터에 20대 등 총 62대에 이른다. 공항 곳곳에는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와 터치식 안내 단말기 등이 설치돼 승객 편의성도 개선했다.



제2터미널은 입출국 수속을 보다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터미널 외부 중앙에 있는 교통센터와 여객터미널간 이동거리는 59m로 제1여객터미널의 거리(223m)보다 대폭 짧다. 셔틀버스, 공항리무진 등을 통해 공항을 찾은 승객은 1층 도착층이나 3층 출발층에 내리면 곧장 항공사 카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공항철도와 버스터미널 대합실은 통합돼 지하1층에 배치됐다. 지하1층 동·서편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 중앙에는 쉐이크쉑 버거를 비롯해 쇼핑몰 식당가를 연상시키는 ‘맛집’들이 들어서 있다. 자가용, 대중교통을 통해 지하1층에 도착한 승객들은 여름이나 겨울에도 더위와 추위 걱정없이 이동할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승객이 터미널 내부에서 헤맬 일은 적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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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경. 명품 면세점 매장과 라운지가 늘어져 있어 고급 쇼핑몰을 연상케 한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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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 내부는 긴 U자형 통로로, 양편에 라운지와 면세점이 있어 호텔이나 쇼핑몰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제2터미널에서 향수·화장품 판매를 맡고 있는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유선형으로 돼 있는 제2터미널 출국장 천장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줘 최신형 쇼핑몰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 있다”고 했다.

제2터미널은 제1터미널보다 라운지 수가 늘어 지루한 대기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체크인 라운지, 프레스티지 라운지, 퍼스트 라운지, 마일러클럽 라운지 외에도 워커힐의 ‘미타나라운지’와 환승 호텔, 롯데지알에스의 ‘라운지 엘’, SPC ‘트래블 라운지’ 등이 자리잡았다.

◆ 개장 직후 혼란 계속돼… 지속적인 안내·개선 필요

유려한 설계와 최신 시설로 무장한 새 터미널이지만 개장 직후의 혼란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이날 낯선 환경에 당황하거나 출국장 위치를 잘못 찾는 승객들이 많았다. 인천공항공사는 개장 초반 터미널 위치를 착각하는 승객들이 하루 평균 약 70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은 개장 초반 터미널 위치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승객들을 고려해 안내 푯말을 세우고 길을 안내할 자원봉사자를 배치했지만, 자원봉사자들도 새로운 터미널 환경에 익숙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몇차례 길을 물었지만 “자원봉사자여서 잘 모른다”며 안내데스크 위치를 알려줄 뿐이었다.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의 직선거리는 16㎞에 이른다.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5분에 한대씩 있지만 버스를 타고도 15~20분을 가야 한다. 공항철도로는 5분여가 소요되지만 배차간격이 10분여에 달해 한번 길을 잘못들면 여행 시작부터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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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대한항공 카운터 앞. 셀프 체크 인 기기가 준비돼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대신 유인 발권을 위해 줄 서 있는 승객들이 많았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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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기술을 활용한 무인 단말기를 대거 배치했지만 정작 사용법을 안내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제2터미널 이용자의 90% 이상은 대한항공 승객으로, 이날 아침부터 대한항공 부스에는 줄이 길게 생겼지만 무인 단말기를 사용하는 이는 드물었다.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준태(32)씨는 “무인 발권에 성공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사용법을 안내해주는 이가 없어 몇차례 헤맸다”고 말했다.

식사 공간도 확충이 필요해보인다. 이날 점심시간 지하 1층 터미널 식당가는 비성수기 평일임에도 자리를 잡지 못한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또 외부에 흡연공간을 곳곳에 마련했지만 천장이 뚫려있어 비흡연자가 옆을 지나면 담배냄새가 났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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