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우리가 데려가겠다" 요구했지만…대만인 등 58명 국내에 기소
대만국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우리나라에서 중국 본토를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대만 조직이 한국 법정에 서게 됐다.
범인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처벌하겠다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물밑 외교전이 치열했지만 결국 검찰은 이들을 우리나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대만인 50명, 중국인 7명, 한국인 1명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 조직 58명을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기소 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만인 백모(36)씨와 한국인 이모(42)씨가 이끄는 이 조직은 작년 5월 제주도 서귀포 4층 빌라 2채를 통째로 빌려 '콜센터'를 차렸다. 이들은 통신사·공안을 사칭해 약 7개월간 중국인 200여 명을 상대로 사기를 벌였다.
대만 측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해 12월 조직을 일망타진해 검찰로 넘겼다. 그런데 이들이 검거된 이후 중국과 대만이 서로 송환을 요구하며 '양안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제주도 보이스피싱 콜센터 현장 |
중국은 '한중 수사협의체'의 공안 라인을 통해 중국인 피의자뿐 아니라 대만인들까지 자국에 인도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인인 데다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는 만큼 대만인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논리였다. 우리나라는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대만과 단교했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바탕 위에서 대만과는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자국민의 중국 송환을 우려한 대만 측도 대만인 피의자를 인도해달라며 검찰을 다각적으로 접촉했다. 검찰에 정식 공문을 보내고, 주한대만대표부 측에서 직접 검찰청을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적 갈등을 우려한 검찰은 어느 한쪽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이들 조직을 국내에서 처벌하기로 했다.
대만 연합보와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수년 사이 대만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를 거점으로 중국 본토를 겨냥한 범행을 벌이는 사례가 점차 늘어났다.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세계 각지에서 중국으로 인도된 대만인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288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과 피의자 송환 문제 등을 둘러싼 양안 갈등이 전 세계에서 빚어지고 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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