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수 시 전자파일 첫 사례…법조계 의견 분분
18일 수원지법 등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항소8부(하성원 부장판사)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모(33)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오는 30일 연다.
이 재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안씨가 음란물 사이트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이용료로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돼 수원지검이 이를 몰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몰수 구형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원심은 안씨로부터 압수한 216 비트코인 가운데 일부는 이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데다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의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몰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원심 이후 검찰이 문제의 비트코인이 어떻게 안씨의 전자지갑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해 일일이 추적, 범죄수익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항소심에서는 원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제출된 증거를 받아들여 이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인정한다면 몰수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범죄수익 등의 몰수)는 범죄수익이나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등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미 처분하는 등 범죄수익을 사용했거나 그 재산의 성질 등으로 인해 몰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에는 몰수 대신 가액을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사례에 비춰보면 몰수는 현금이나 자동차 등 법률이 정하는 이 같은 몰수 요건을 쉽게 충족할 수 있는 '물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같은 맥락에서 계좌로 받은 돈은 취득과 동시에 기존 재산과 뒤섞여 몰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가액을 추징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의 한 법원 판사는 "물건이 아니어서 몰수할 방법이 없는 경우라면 추징해야겠지만 경찰이 이미 피고인으로부터 비트코인을 압수해 전자지갑에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몰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변광호 법무법인 선린 대표 변호사는 "몰수는 기본적으로 빼앗을 수 있는 물건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며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주식처럼 몰수가 아닌 추징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몰수한다면 전자파일 형태를 몰수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며 "다만, 판결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한다거나 가상화폐의 지위를 정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판부가 추징을 선택하면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판단도 함께 이뤄지게 된다. 추징할 가액을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추징금을 산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정 시점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추징해야 할 가액의 산정 시점을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재판 선고 시로 하고 있다. 선고에 앞서 판결문이 미리 작성되기 때문에 통상 선고 하루, 이틀 전 판결문을 작성할 때가 산정 시점이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수시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24시간 거래가 이뤄져 자칫 산정 시점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거래소마다 가상화폐 가격이 제각각이다. 주식시장과 달리 거래소 단위로 거래가 이뤄져 같은 종류의 가상화폐라도 거래소별로 거래 가격이 다르다.
때문에 재판부가 이 사건 비트코인을 추징한다면 어느 거래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가액을 매길지도 관전 요소가 된다.
한편 압수된 216 비트코인의 이날 시세는 압수 당시 5억여원의 6배인 30억여원을 기록하고 있다.
검찰은 몰수 또는 추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징보전을 청구해 안씨가 형이 확정되기 전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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