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면세카드에 'DPRK' 대신 'North Korea'라고 적힌 게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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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북한이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명칭을 써달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정식 국가명칭을 놓고 유엔 내부에서 미국과 북한 간 '작은 갈등'이 빚어졌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리성철 참사관은 유엔 총회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의 자주권과 관련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유엔 결의 무시하는 '유엔 회원국' 북한 |
문제는 북한에 대한 명칭 문제에서 비롯됐다.
리 참사관에 따르면 북한대표부는 지난해 12월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인 외교관의 면세카드 갱신을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에 요청했다.
유엔 주재 외교관들은 면세카드를 소유하면 물품 구입 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북한대표부는 그러나 1주일 뒤 새 카드를 수령하고는 깜짝 놀랐다.
카드에 국가 명칭을 쓰게 돼 있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대신 '북한(North Korea)'이라고 적혀있었던 것이다.
리 참사관은 이를 "아주 무례하고 터무니없는 행동"이라고 규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외교 문제를 정치이슈화하려는 부정적이고 순수하지 못한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북한대표부의 항의에 미국 측은 곧바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명칭 수정을 거부하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리 참사관은 "미 국무부가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례적인 축약어인 만큼 수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미국대표부가 알려왔다"며 "이에 미국 측에 축약된 명칭 대신 공식 국가명을 써 달라고 정식 서류를 보내 요청했다"고 밝혔다.
북한대표부는 미국대표부 외교관을 직접 만나서 다시 명칭 변경을 요구했고, 이후에도 10여 차례 이메일 등을 통해 외견을 교환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리 참사관은 다만 미국대표부가 키프로스 외교관을 만난 자리에서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북한 대표에게 알려달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리 참사관은 "(명칭을 수정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어쨌든 우리 입장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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