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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미세먼지 측정이 엉터리인데 대책 제대로 나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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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예보와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오염도가 차이가 난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사람이 실제 들이켜는 미세먼지 농도가 환경부 발표보다 많게는 30% 높았다. 미세먼지 측정소의 측정구가 하늘 높은 곳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측정소(측정구 높이 24.6m)의 경우 측정구에서 측정된 미세 먼지 농도는 공기 1㎥당 32㎍이었으나 성인 호흡기 높이의 측정 차량에선 41㎍으로 높게 나왔다. 부산 기장군과 대구 수성구 등 조사 대상 10곳 중 7곳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환경부 집계 결과 2016년 말 전국 264개 측정소 중에서 82.6%인 218곳은 측정구의 높이가 10m를 넘었다. 20m 이상인 곳도 20곳에 달했다. 환경부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에 따르면 측정구는 1.5~10m 높이에 설치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도 30m를 넘지 않아야 한다. 높이 상한 규정은 최근 20m로 바뀌었다.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10m 이상 규정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측정치를 낮췄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수도권 하늘은 하루 종일 뿌옇게 변해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됐다. 서울 시민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했고, 수도권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조치는 지난해 12월30일 처음 발령됐지만 당시는 토요일이어서 시행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저감 조치가 발령될 정도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세먼지 공습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측정조차 엉터리로 하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어제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공짜 대중교통 이용은 미세먼지 줄이기 방안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환경문제를 선심행정으로 풀려고 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정부도 알맹이 없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보다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미세먼지 주범인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외교적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4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의 국외(중국) 요인의 기여율이 73.6%였다. 미세먼지 확산과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일 한·중 공동연구와 협력을 중국 측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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