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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최광해의 내 인생의 책] ②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 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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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의 유쾌한 실험

경향신문

이 책을 만난 것은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였다. 초보 학부모로서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욕심으로 서점에 갔다가 제목에 끌렸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도 저자처럼 집 안을 깔끔하게 치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자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늘 일을 못해서라고 했다. 중요한 손님이 와도 최소한으로 치우고 말았다. 어질러진 집 안이 좋은 한 가지 이유는 집에 가서 놀자고 하면 어떤 친구도 싫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머니는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단 한 번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고, 그것이 내가 리더십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해주고 과외시키지 말고 선생님께 촌지를 주지 말라는 이야기다. 부모가 친구처럼 같이 놀아주고 믿고 소망해주면 아이들은 잘 큰다는 것이다. 저자처럼 아이들 모두가 서울대생이 되기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생각에 공감했고 그녀의 방식대로 아이들을 키워보고 싶었다.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외나 촌지 문제에는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아이들이 독립심을 가질 수 있도록 키우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한 것은 이 책 덕분이다.

아이들이 바쁘고 할 일이 많아도 숙제나 준비물 챙기는 일을 대신 해준 적이 없다. 여행갈 때 여권 등 소지품을 간수하고 서류 작성 등도 스스로 하도록 했다. 길을 잃어버린 난처한 상황에서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일도 아이들 몫이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이 공부 잘하게 하는 것을 넘어 독립된 인격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유쾌한 실험을 이 책과 함께한 셈이다.

<최광해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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