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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현장에서]여순사건 70주년 사업에 ‘보수 눈치’…예산 한 푼도 지원 않겠다는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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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여순사건의 추모사업 예산을 한 푼도 세우지 않았다. 여순사건 7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14일 “여수시가 여순사건 여수유족회 등이 요청한 사업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 주철현 여수시장을 만나 다시 한번 지원 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밝혔다.

유족회 등은 국제학술심포지엄, 문화예술제, 사진·회화전, 허영만 만화전, 한국작가회의 여수대회 등 25개 사업에 필요한 9억4000만원 중 자체적으로 마련할 2억5000만원을 제외한 6억9000만원을 지원해줄 것을 지난해 말 요청했다.

여수시는 예산을 지원할 조례나 관련 법 등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그동안 ‘여순반란’으로 불리던 사건 자체를 ‘여순항쟁’ 등으로 해석한 기념사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보수우익단체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순경 유족회장(81)은 “전시회·답사여행 등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는 행사는 전문연구기관에 위탁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거부당했다”면서 “올해 보수우익단체 지원 예산이 지난해보다 19% 불어난 29억9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1948년 10월19일 발생한 여순사건은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에 반발한 여수 13연대 군인과 일부 시민들이 진압군에 맞서는 과정에서 주민 1만1131명(전남도 집계)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여순반란’으로 규정되고, 1981년 연좌제가 폐지될 때까지 유족들은 차별과 불이익을 받았다. 이후 여수지역에선 보수우익단체 반발로 ‘기념사업 지원 조례’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은 “같은 국가폭력 피해 사건인 ‘4·3사건’은 2014년 국가기념일 지정에 이어 올해 70주년 기념사업을 펴게 된다”면서 “가장 앞장서야 할 여수시가 뒷짐을 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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